국제 중동/아프리카

이란 곰, 총체적 난국…순례 과열+물자 부족+정부 불신

뉴스1

입력 2020.02.27 11:50

수정 2020.02.27 11:50


(서울=뉴스1) 김정한 기자 = 이란이 중동 지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전파국으로 떠오른 가운데 그 진원지로 지목된 종교 도시 곰의 상태가 주목을 받고 있다.

27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시아파 이슬람 성지인 곰에서는 종교적 과열, 물자부족, 정부에 대한 불신 등이 복합돼 심각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곰은 중동 지역의 대표적인 성지 순례 도시다. 연간 약 2000만명의 이란인과 250만명의 외국인이 이 도시를 방문한다.

이란 국영 TV에 따르면 이날 기준으로 이란 전역에서 139건의 감염 사례를 확인했다. 사망자는 19명이다.


그중 피해의 다수가 곰에서 발생했다. 이날도 하루 44명이 추가로 나온 확진자 중 15명이 곰에서 나왔다.

◇ 전염 위험에도 몰려드는 순례자들 : 곰 당국의 종교 의식 거행 금지 사흘째임에도 이 도시의 사원은 여전히 열려 있고 순례자들이 몰려와 울타리를 밀고 안으로 들어가려 하는 모습이 보인다.

곰에 대한 접근은 여전히 자유롭다. 중국과 이탈리아에서 감염의 진원지인 도시들을 봉쇄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곰에 거주하는 사진작가 메흐디(28)는 "정부가 왜 곰을 격리하지 않는지 의문"이라며 "날이 지날수록 더 상황이 나빠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매 시간 사원을 소독하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불행하게도 사람들은 여전히 그곳으로 가서 구조물을 만지고 입맞춤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메흐디는 "신도들이 계속 찾아올 것을 고집한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란의 우버 택시인 스냅의 운전사인 하미드는 사람들이 여전히 이맘자데 사원, 파티마 마수메 사원 등을 방문하고 있다고 말했다. 평소 인파가 붐비던 이란 최대 시장인 그랜드 바자르에는 인적이 드문 것과 대조적이라는 설명이다.

하미드는 "사람들이 곰의 사원들에 못 들어가게 하는 것에 대해 불쾌감을 느낀다는 것이 문제다"며 "사원에 가고 안 가고는 순전히 개인의 선택이라서 사람들은 마음대로 어디든지 다닌다"고 말했다.

◇ 경제 압박·물자 부족·반미 감정 : 메흐디에 따르면 곰의 경제 활동은 중단됐다. 물담배를 피우는 카페, 체육관, 식당, 상점 등은 문을 닫았다. 거리에는 보행자도 거의 없다.

미국의 제재로 인해 석유 판매량이 타격을 입고 있는 이란의 경제난은 코로나 19 사태로 인해 더 심각해졌다.

이웃 국가들은 이란과의 국경을 차단했다. 이란의 통화인 리알화의 가치는 지난 12일 이후 11.5% 하락했다.

그는 물자 부족이 더 심각하다며 바이러스 진단 키트는 거의 없고, 마스크는 판매된 지 수시간 만에 동이 났다고 말했다.

메흐디는 정부가 마스크, 소독제, 위생장갑 등을 배포하기 시작했지만, 도시 전체를 감당하기엔 물량이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 반미 감정도 높다 : 이란인들은 미국의 제재로 인해 의약품 부족하고 미국의 지정학의 우선순위에 따라 이란에서 필요한 300만개의 마스크가 중국으로 먼저 갔다고 믿는다.

21일 파타메 마수메 사원의 관리인은 미국이 코로나19로 이 도시를 겨냥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공포를 조장해 이란의 저항을 분쇄하려 한다는 것이다.

◇ 정부 불신 확대 : 곰에서는 이란 정부의 코로나19 발병에 대한 미숙한 대응에 대한 분노와 피해 발표 자료에 대한 불신이 팽배하다.

이란 정부는 지금까지 19명의 사망자가 발생했으며 감염자 수는 139명이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 같은 발표는 믿지 못하겠다는 반응이 많다.

곰에서도 얼마나 많은 사망자와 감염자가 나왔는지는 불명확하다. 지난 24일 이 도시의 보수 성향의 한 국회의원은 50명이 사망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정부는 이를 즉각 부인했다.

하지만 정부의 통계는 불신의 대상이다. 사망자 수에 비해 감염자 수가 터무니없이 적기 때문이다.
즉, 세계보건기구(WHO)가 추산하는 2%의 사망률에 비해 사망률이 지나치게 높다는 것이다.

현지 메르통신에 따르면 격리 대상자이기도 한 곰 의대의 부총장은 최근 코로나19 감염이 의심되는 환자 434명이 입원했다고 말했다고 밝혀 혼란을 더 가중시켰다.
이는 이란 정부가 밝힌 수치의 2배에 이른다.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