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신뢰는 ‘디테일’에 있다

박지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2.27 17:20

수정 2020.02.27 17:20

[기자수첩] 신뢰는 ‘디테일’에 있다
코로나19로 온 나라가 난리다.

법원도 비상이다. 한때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사법농단과 연관된 재판들에서부터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와 연관된 재판들이 줄줄이 연기되고 있다.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을 수사 중이던 검찰 수사도 당분간 소환 조사를 최소화하겠다는 입장에 따라 지연이 불가피해졌다.

사법농단,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사건들, 청와대 하명수사 관련 의혹들 모두 국민의 불신을 조장했기에 공분을 산 사건들이다.

사법부의 공정함, 법무부 장관과 문재인정부의 결백을 믿어왔던 국민의 배신감은 더욱 컸고 믿음이 깨지자 국민들은 분개했다.


하지만 이 모든 걸 최근에는 코로나19가 이겨버렸다. 그 어떤 공분도 인간의 생존 앞에서는 무기력해지는 모습이다.

얼마 전 법원에서 만난 한 판사가 '코로나19로 인해 얼마 뒤 예정된 해외여행을 급하게 취소했는데 취소 수수료가 너무 많이 나와 이런 상황에서 수수료 환불이 있어야 마땅한 것 아니냐'는 내용을 담은 항의 메시지를 항공사에 전달했다고 말했다.

해외여행만의 일이 아니다. 결혼식을 치르고 신혼여행을 계획한 사람들, 당장 이사를 가야 하는 사람들,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일손을 놓을 수 없는 사람들, 의료진….

수많은 사람들이 '어쩔 수 없이' 자신 혹은 타인의 생존을 위해 코로나19로 인한 위험과 피해를 감수하고 있다. 정부는 모든 상황에서 이렇다 할 중재를 못하고 있다.

심지어 이런 아노미 상황에서는 판사들조차 보상 여부가 적절한지 판단이 안 서고 있는데 일반 국민의 혼란과 불안은 더 심할 것이다.


모든 상황에서 기준이 부재함에 따라 정부에 대한 국민의 불신은 더 커지고 있다.

이번 사태를 반면교사 삼아서라도 정부는 또 다른 코로나19 사태를 대비해 곳곳에 발생할 위험과 피해 시 대처할 기준안들을 촘촘하게 마련해 둬야 할 것이다.
신뢰는 디테일한 정책과 제도 기준에서부터 나온다.

pja@fnnews.com 박지애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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