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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경진의 글로벌워치] 과감한 대책과 국제공조로 경제 살려야

곽인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2.27 17:35

수정 2020.03.02 10:17

[송경진의 글로벌워치] 과감한 대책과 국제공조로 경제 살려야
코로나19 사태의 여파로 세계경제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심각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008년 금융위기를 예측해 유명세를 탄 누리엘 루비니 교수는 미국과 주요국의 '자만심(complacency)'을 경계하고 나섰다. 코로나19 확산 소식에 전 세계 주식시장이 하락세다. 코스피와 코스닥의 하락세는 더 가파르다. 골드만삭스는 1·4분기 미국 경제성장이 대중 수출 및 중국 관광객 감소 등으로 1.2%에 그칠 것으로 예측했다. 중국 경제의 성장률도 5%대로 하향조정될 전망이다.
연구기관들은 중국의 성장률이 1%포인트 하락하면 한국 경제는 0.22%포인트 하락한다고 본다.

코로나19 장기화 땐 이미 시작된 소비 위축, 수출 감소, 고용 타격 등 경제적 파장은 실로 전방위적일 것이다. 대기업은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고,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의 단기적 체감고통은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 수준 이상이다.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는 대내외적으로 진퇴양난의 상황이다. 지금은 '비상경제시국'이다.

지금은 과감하고 선제적이며 신속한 결정과 대책이 필요하다. 2020년 재정의 최대 조기집행은 물론이고 추가경정예산도 투입해서 경제를 살려야 한다. 상반기 재정 조기집행을 당초의 62% 수준이 아니라 70% 수준 이상으로 높여도 좋다. 추경도 빠르면 빠를수록 바람직하다. 국회는 정치적 계산과 정쟁을 멈추고 추경부터 속히 처리해야 한다.

재정과 추경은 단기 경기대응과 중장기 혁신성장에 동시 투입돼야 한다. 어려움에 처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에게 파격적인 초저금리나 무이자 지원도 필요하다. 지금은 도덕적 해이를 걱정할 때가 아니다. 꺼져가는 경제를 살리는 것이 우선순위다. 마스크, 손소독제 등 필수품을 갖춘 '코로나19 대응박스'를 전 국민에게 지급하는 것도 생각해 보자.

중장기적으로는 성장잠재력을 높일 혁신성장의 기틀 구축에 과감하게 투자해야 한다. 혁신성장은 연구개발(R&D)이 핵심이다. R&D 과제성공률 99.7%는 역설적으로 실패율 99.7%이다. '실패하면 안 되는 행정'을 금과옥조로 삼는 감사의 혁신이 필요하다. 산업과 미래를 바꾸는 R&D와 혁신은 수년에서 수십년이 걸린다. 혁신성장의 주력산업이 될 신성장산업에 대한 정부 감사를 5년, 10년 단위로 하는 것도 혁신이다.

중앙은행의 적극성도 요구된다. 어제 금융통화위원회의 금리 동결 결정은 아쉬움이 남는다. 부동산 우려도 있고, 통화정책의 효과가 예전만 못하다지만 여전히 핵심적인 금융·물가안정 정책이다. 아울러 경제가 위기에 처하면 안전망 역할을 하는 주요국과의 두툼한 통화스와프 협정도 도움이 된다. 한국은행의 양자 통화스와프 총액은 약 800억달러로 확대할 여지가 많다. 경제적 의미를 초월하는 전략적 선택인 통화스와프 협정은 위기 시 우리의 진정한 위상을 재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척도이기도 하다.

코로나19는 미·중 무역분쟁, 자국제일주의, 고립주의 등의 파고 속에서 세계경제의 깊은 통합을 재확인해주고 있다. 코로나19의 세계적 파장과 규모를 고려할 때 국제공조 차원의 구체적 행동이 필요하다.
2008년 금융위기 때처럼 주요 20개국(G20) 정상들이 신속히 회동해 대책 마련에 나서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G20 정상들이 글로벌 유행병에 대한 효율적이고 지속적인 글로벌 메커니즘 구축도 시급히 논의하기 바란다.
코로나19의 최대 피해국인 한국이 글로벌 의제 설정에 적극적인 리더십을 보인다면 더욱 시의적절하고 바람직할 것이다.

송경진 FN 글로벌이슈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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