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대기업

코로나, 구직자도 울렸다… 대기업 채용일정 줄줄이 연기[얼어붙은 채용시장]

김규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2.27 18:05

수정 2020.02.28 07:56

정부, 재계에 행사 연기·취소 권고
2~3월 몰린 신입사원 채용도 타격
LG, 계열사 공채 4월 이후로 연기
GSAT 진행 어려운 삼성도 미룰듯
2018 LG 신입사원 공채 인적성검사가 열린 7일 인적성검사를 마친 응시생들이 서울 용산고등학교를 빠져나와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위해 걸어가고 있다. /사진=뉴스1
2018 LG 신입사원 공채 인적성검사가 열린 7일 인적성검사를 마친 응시생들이 서울 용산고등학교를 빠져나와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위해 걸어가고 있다. /사진=뉴스1

국내 코로나19 감염이 전국에 확산되면서 삼성, LG, 현대 등 대기업의 신입사원 채용 일정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청년 구직난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채용 가뭄' 현상이 지속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또 내달 예정됐던 재계 주요 행사들도 전면 취소되는 등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27일 재계 등에 따르면 정부가 전날부터 인파가 몰리는 행사들의 연기 또는 취소를 공식적으로 권고하면서, 올해 2~3월 잠정 예정했던 대기업 신입사원 채용 연기가 불가피해졌다.


LG는 올해 신입사원 공채 일정을 4월 이후로 공식 연기했다. 이에 LG전자, LG디스플레이 등 계열사들의 채용 일정도 모두 미뤄졌다.

LG 관계자는 "LG는 서류 전형 이후에 전 계열사가 공통적으로 LG웨이 핏 테스트(LG Way Fit Test)란 인적성 검사를 하기 때문에 계열사별로는 공개 채용을 진행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통상 3월에 공채를 진행하는 삼성전자 등 계열사도 신입사원 채용을 연기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채용 과정 중 하나인 삼성직무적성검사(GSAT)를 진행할 경우 전국적으로 수만명이 모이는 만큼, 현 시국에서 채용을 진행하기 어려울 수 있어서다. 이 경우 삼성전자를 비롯해 삼성전기, 삼성디스플레이 등 전자 계열사와 삼성화재 등 금융 계열사 등도 채용 일정이 줄줄이 연기될 가능성이 높다.

삼성 관계자는 다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채용을 연기하겠다는 의사 결정이 이뤄진 건 아직까지 없다"고 전했다.

진행 중이던 채용 과정도 잠정 중단됐다. 현대자동차는 지난 24일 신입사원 채용 면접 일정을 연기하겠다고 공지했다. 현대차는 올해 계획한 신입사원 각 채용부문에서 서류전형을 마친 뒤 직무별 면접을 앞두고 있었다. 현대차는 지난 6일엔 신입사원 합동 교육을 중단했다.

업계에선 국내 주요 대학의 개강 일정이 3월 중순 이후로 늦어지면서 기업들의 채용은 더욱 미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대기업들은 공개 채용 시기에 맞춰 전국 대학에서 신입사원 리크루팅 행사를 진행하는데, 대학교 개강이 시작돼야 채용 행사도 진행할 수 있어서다.

때문에 지난해 청년층 체감실업률이 23%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고용 한파가 지속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구직자들을 중심으로 나온다.

또 이달 산업계 주요 행사들이 대부분 취소된 데 이어 3월도 업계 주요 행사들이 취소되거나 연기될 방침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내달 손경식 회장 주재로 서울 세종대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기로 예정했던 기자간담회를 잠정 취소키로 했다.

지난 25일 손 회장이 2년 임기 연장을 하게 되면서 노동·경제·경영 등 기업활동 전반의 이슈에 대해 입장을 밝히려 했지만 이날 취소 결정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내달 진행하기로 검토했었던 TV 출시 행사를 결국 취소하기로 했다.
LG전자도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 출시 행사를 연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 기업 총수들의 해외 행사 참여나 임직원의 해외 출장 등도 모두 중단되거나 최소화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지난주만 하더라도 코로나19 사태가 잠잠해지면서 3월 행사들은 그대로 진행될 줄 알았지만 현재 상황이 급반전됐다"면서 "3월뿐 아니라 4월 행사까지 모두 취소해야 하는 걸 고려하고 있는 상태"라고 전했다.

integrity@fnnews.com 김규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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