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검찰·법원

법원 "매년 계약갱신 극단원도 근로자..일방적 해고 안돼"

이진석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2.28 10:20

수정 2020.02.28 10:20

해고 단원들, 정동극장 상대로 2심도 사실상 승소
법원 "2년 초과 근무했을 때부터 무기계약직 전환"
"해고 무효..미지급 임금 및 복직시까지 급여 지급해야"
해고 기간 중 다른업무로 벌어들인 중간수입은 공제
지난 2017년 10월 16일 서울 정동극장 예술단원들이 극장 앞에서 무기계약직 전환을 요구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사진=fnDB
지난 2017년 10월 16일 서울 정동극장 예술단원들이 극장 앞에서 무기계약직 전환을 요구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사진=fnDB

[파이낸셜뉴스] 매년 출연계약을 갱신하는 극단원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므로 일방적으로 해고할 수 없다는 판단이 항소심에서도 나왔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민사1부(윤승은 부장판사)는 해고 단원 A씨 등 2명이 정동극장을 상대로 낸 해고무효 확인소송에서 “이들에 대한 해고는 무효”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이번 판결이 확정되면 정동극장은 A씨 등에게 각각 4600여만원과 4000여만원을 지급하고, 지난해 1월부터 복직시까지 월 169만원, 151만원의 급여를 지급해야 한다.

정동극장은 1년 단위로 상설공연을 하면서 기악 파트 단원인 A씨 등 3명과 상영기간에 맞춰 출연계약을 매년 갱신해왔다.


그러나 2017년에 상연될 공연에서는 기악 부문이 나설 자리가 배정되지 않았고, A씨 등은 맡을만한 배역이 없자 해당 오디션에 응시하지 않았다.

A씨 등은 정동극장이 그 해 출연계약을 갱신하지 않으면서 2016년 12월 31일자로 계약이 종료됐다.

이에 A씨 등은 자신들이 부당해고 당했다며 극장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반면 정동극장 측은 "1년 단위 출연 계약을 체결했으므로 기간제법상 '사업의 완료 또는 특정 업무 완성에 필요한 기간을 정한 경우'에 해당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됐다고 볼 수 없다"면서 "A씨 등은 오디션에 응시하지 않은 채 스스로 짐을 싸서 나간 것일 뿐, 해고한 적도 없다"고 맞섰다.

법원은 정동극장이 A씨 등 2명에 대해 맡을 만한 배역을 배정하지 않고, 출연계약을 갱신하지 않은 것은 부당해고라고 판단했다. 또 A씨 등이 출연계약을 갱신하는 방식으로 2년을 초과해 근무했을 시점부터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됐다고 봤다.

재판부는 “A씨 등은 출연계약상 다른 공연예술활동 및 유사 업무에 종사하지 못하고 다른 직무를 겸직할 수 없었으므로 사실상 정동극장에 전속돼 근무할 수밖에 없었다”며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한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이어 “최초 출연계약을 체결한 때로부터 2년을 넘긴 시점에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됐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그러나 정동극장은 A씨 등에게 서면으로 해고나 근로계약의 종료를 통지하지 않았고, 해고에 대한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볼 만한 증거도 없으므로 이는 부당 해고에 해당해 무효”라고 판결했다.

A씨 등과 함께 소송에 참여한 B씨에 대해서는 근무기간이 2년을 넘지 않아 무기계약직 전환이 안됐다고 판단했다. B씨는 “정동극장의 지시로 공연 연습을 한 기간을 포함하면 근로기간이 2년이 넘는다”는 취지로 항변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정동극장은 1심에서 ‘부당해고’를 인정받은 A씨 등 2명에 대해서만 항소했으나 2심은 원심과 같은 취지의 판단을 내렸다. 다만 재판부는 A씨 등이 부당해고 기간 중에 다른 일로 벌어들인 중간수입은 받을 금액에서 빼야 한다며 1심보다 정동극장이 지급할 임금액을 줄였다.
정동극장은 2심 판결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했다.

fnljs@fnnews.com 이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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