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슈퍼화요일' 바이든 돌풍… 10개주 승리하며 대세 급부상

박종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3.04 18:20

수정 2020.03.04 18:20

美 14개주 민주당 대선 경선
'오바마 향수' 흑인 유권자 지지
"트럼프 이길 후보로" 중도 결집
샌더스, 캘리포니아 등 4곳 승리
미국 민주당 대선 경선에 뛰어든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3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 로스엔젤레스에서 선거 유세를 하고 있다. 로이터 뉴스1
미국 민주당 대선 경선에 뛰어든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3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 로스엔젤레스에서 선거 유세를 하고 있다. 로이터 뉴스1
미국의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미 14개주와 미국령 사모아에서 동시에 대통령 경선이 열린 '슈퍼화요일'을 석권하면서 유력한 대선 주자로 급부상했다. 좌파 진영을 대변하던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버몬트주)은 비록 고전했지만 가장 많은 대의원이 걸린 캘리포니아주를 가져가면서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바이든은 경선 대의원 3797명 가운데 약 3분의 1인 1344명을 뽑는 슈퍼 화요일에서 10개 주에서 승리, 한국시간 4일 오후 5시 기준으로 399명의 대의원을 확보했다. 반면 샌더스는 캘리포니아주를 포함해 4개 주에서 이겨 322명의 대의원을 얻었다.
간접선거인 민주당 경선에서는 7월 전당대회까지 과반 1991명의 대의원을 확보한 후보가 대선에 나간다.

■'대세'로 떠오른 바이든

경선 전 여론조사 1위였던 바이든은 초반 1~3차 경선에서 패했지만 4차 경선 승리로 겨우 반격의 발판을 얻은 뒤 이번 선거에서 완전히 부활했다. 그는 남부 7개주(텍사스, 오클라호마, 아칸소, 테네시, 앨라배마, 노스캐롤라이나, 버지니아)에서 전승을 거두었고 북동부의 메인주와 좌파 경선 후보인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의 지역구(매사추세츠) 및 미네소타까지 확보했다.

그가 선전한 첫번째 이유는 버락 오바마 정부 시절을 그리워하는 흑인 유권자들이 당시 부통령을 지냈던 바이든에게 몰표를 던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정치매체 더힐에 따르면 경선 지역 가운데 흑인이 가장 많은 앨라배마주에서는 흑인 유권자의 70% 이상이 바이든을 지지했다. 버지니아주 출구조사에서도 흑인 유권자의 66%가 바이든을 밀어줬다.

두번째 이유는 유권자들이 현실적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을 이기기 위해 중도 세력으로 모였기 때문이다. 미 CNN에 따르면 노스캐롤라이나에서 여론조사 결과 유권자의 3분의 2는 자신과 생각이 같은 후보보다 트럼프를 이길 수 있는 후보를 뽑겠다고 밝혔다. 버지니아주에서도 트럼프에게 이길 수 있는 후보를 원한다고 답한 유권자의 60%는 바이든을 지지했다. 민주당 내에서는 지난해부터 샌더스 강경 좌파 성향이 대선 승리에 장애가 된다는 의견이 끊임없이 흘러 나왔다. 바이든은 지난달 4차 경선 이후 하차를 선언한 피트 부티지지 후보와 에이미 클로버샤 상원의원(미네소타주)의 지지를 받으며 중도 진영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다졌다.

■안팎으로 포위된 샌더스

2~3차 경선을 휩쓸며 나아가던 샌더스는 슈퍼화요일에서 예상밖의 패배를 맛봤다. 그는 자신의 지역구인 북동부 버몬트주와 서부의 유타주, 콜로라도주를 포함해 4곳에서 이겼다. 그는 슈퍼화요일 이전 여론조사에서는 바이든을 앞섰으나 실제 투표에서는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이를 두고 정치 매체 폴리티코는 민주당이 "유행보다 힘을 택했다"라며 좌파 공약에 따른 인기보다 대선 승리라는 실리를 중하게 여겼다고 분석했다.

무소속이면서 '충성 서약'을 통해 민주당 후보가 된 샌더스는 젊은 유권자를 중심으로 인기를 끌면서도 급진적인 공약 때문에 당 지도부의 불안을 샀다. 당을 이끄는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지난달 발표에서 누가 후보가 되든 차별하지 않고 지지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같은날 뉴욕타임스의 여론조사 결과 민주당 당연직(슈퍼) 대의원 응답자 가운데 97%는 만약 7월 전당대회에서 과반 후보가 없을 경우 대의원 자유 투표에서 샌더스를 찍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에 샌더스는 공화당의 트럼프 뿐만 아니라 민주당 기성세력과도 대립각을 세웠다. 그는 이달 부티지지와 클로버샤가 바이든 지지를 선언하자 2일 연설에서 "(기성) 정치 체계가 불안해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나마 샌더스가 유리한 점은 배정된 대의원 수가 가장 많은 캘리포니아주(415명)에서 승리했다는 점이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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