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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나루]혼란스런 메시지는 혼선의 씨앗이다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3.05 16:50

수정 2020.03.05 19:41

[여의나루]혼란스런 메시지는 혼선의 씨앗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혼란스러운 메시지가 코로나 바이러스 관련 혼선의 씨앗을 뿌리고 있다." 지난 2월 28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의 사설 제목이다. 앞서 26일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을 통해 코로나 바이러스 유행 가능성에 대한 자신감을 피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와 관련해 미 당국의 철저한 대비를 강조하며 불안감 불식에 주력했다. 특히 미국에서 1년에 독감 사망자가 수만명에 달한다며 코로나19가 그렇게 위험한 것은 아니라는 주장을 펼쳤다. 유행병 대비가 잘된 나라 1위로 미국을 꼽은 존스홉킨스대학의 연구보고서를 들어보이기도 했다.


포스트 사설은 트럼프 대통령이 상황을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보고 있음을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호언장담에 대해 지금부터 미리 대비해야 한다는 미 질병통제센터의 낸시 메소니어의 말을 인용하고 있다. 메소니어는 미국 내 지역감염 발생이 시간문제라고 지적했다. 발생할지 말지가 아니라, 언제 발생할지 그리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심각한 질병에 걸릴지가 문제라는 것이다. 백신이 빠르게 준비될 것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말과 달리 개발과 임상시험 등에 1년 이상 걸리며 이번 유행에는 사용되기 어렵다는 전문가의 견해도 소개하고 있다. 사설은 감염병 대유행 등 비상상황에서 국가를 이끌고 위기를 헤쳐나가는 데 필요한 한 가지를 지적하고 있다. 지도자들의 명확하고 일관된 메시지가 그것이다.

지도자들의 명확하고 일관된 메시지는 위기상황에서 특히 중요하다. 굳이 워싱턴 포스트의 사설을 인용하지 않아도 국가적 위기관리의 기초가 메시지 관리이다. 대통령과 장관, 행정가와 전문가들이 사전에 충분히 조율된 발언을 내놓는 것은 그래서 중요하다. 국민은 지도자들이 평상심을 유지하기 원하지만 동시에 잘못이 있다면 과감하게 인정하는 솔직한 모습도 보고 싶어한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더욱 절감하게 되는 것이 바로 메시지 관리의 문제점이다. 의료 전문가들이 중국발 입국자 제한을 건의할 때 문재인 대통령은 "중국의 어려움이 우리의 어려움"이라는 메시지를 중국에 발신하고 있었다. 질병관리본부 등이 아직 긴장을 풀 때가 아니라며 지역사회 감염에 대비해야 한다고 할 때 문 대통령은 곧 종식될 것이라는 발언을 했다. 주무장관인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오염원으로서 중국인보다 한국인을 탓하는 발언으로 물의를 빚었다.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이 아무런 증거가 없는 발언이라며 반박하는 촌극도 있었다. 홍익표 의원은 여당 수석대변인 시절 '대구 봉쇄' 발언 때문에 물러나기까지 했다. 마스크를 둘러싼 소동은 아직 끝날 줄 모른다. 문 대통령은 지금까지 다섯 차례나 마스크 문제를 해결하라는 지시를 했다. 하지만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은 여전히 대책을 강구 중이라는 답변을 하고 있다. 건강보험증을 제시하는 사람만 약국에서 기록을 남기고 살 수 있도록 관리하는 대만 사례가 일찌감치 보도된 바 있지만 우리는 아직도 검토 중이다.

의료진과 관련 공무원들의 헌신적인 노력은 경의를 표해 마땅하다. 하지만 지도자들의 혼란스러운 메시지에 그들의 목숨을 건 사투마저 빛이 바래고 있다. 외국인들도 놀라는 우리의 의료관리 능력에 비해 정치적 관리 능력은 한참 미치지 못한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언제 또다시 이런 사태가 재발될지 모른다. 메르스 사태 등의 교훈을 통해 감염병 관리 시스템이 향상된 것처럼 이번 사태를 겪으며 정부의 메시지 관리 능력도 점검할 수 있기를 바란다.
혼란스러운 메시지는 국민의 마음에 혼선과 불신의 씨앗을 뿌리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

노동일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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