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코로나 극복, 상상력이 필요하다

최수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3.05 17:26

수정 2020.03.05 17:26

[기자수첩] 코로나 극복, 상상력이 필요하다
코로나19는 모두에게 첫 경험이다. 그만큼 공포도 크고, 대처는 좌충우돌일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찔끔찔끔 판매되는 마스크만큼이나 정부의 대처가 답답하다며 정부의 '짧은 생각'을 비난하고 있다. 여러 가능성을 간과하고 한 치 앞을 내다보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방역당국의 억울함과 고충도 충분히 이해하지만 어찌 됐든 '생각'은 계속해야 하는 게 당국의 숙명이다.

'생각'은 상상과 발상, 추론 등을 거쳐 예견과 실천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최근 코로나19에 대처하는 몇몇 상상은 이마를 탁 치게 만든다. 대표적인 것이 '드라이브스루 선별진료소'이다. 30분 걸리는 검사를 10분으로 단축하고, 의료진의 감염 위험까지 낮추고 있다.

울산 울주군에서는 의료진과 현장 방역근무자들의 방호복과 마스크가 부족해지자 원전 방사능사고에 대비해 준비해 두었던 방호복을 사용키로 결정했다. 번뜩이는 발상이었다.

선제적 대처를 위해 '나쁜 상상'도 필요하다. 청도 대남병원에서 다수의 사망자와 확진자가 발생하자 전국 노인요양병원들은 "혹시 우리 병원도…" 하면서 끔찍한 상상을 했을 것이다. 그런데 최근 수백명이 입원해 있던 울주군 삼남면의 한 노인전문요양병원에서는 근무 중인 물리치료사가 확진 판정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단 한 명의 추가 확진자도 발생하지 않았다. 대남병원 사례를 통해 390명의 입원환자와 의료진, 근무자들이 미리 마스크를 착용해왔기 때문이다.

기업들 또한 손실에 대한 나쁜 상상이 필요했을 법하다. 현대자동차는 지난달 1명의 확진자가 나오자 즉시 공장 가동을 멈췄다. 이 같은 대응은 아마도 손실 최소화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했기 때문일 것이다.

생각과 태도는 물질을 대처하기도 한다.
사람 간 접촉을 최소화하기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 전략은 국민에게 공감을 얻고 있다. '마스크 안 사기' 캠페인 또한 이타적인 사회 분위기를 조성하고 공감능력을 이끌어내는 역발상이다.


마스크 배분에서 드러난 문제 외에도 영세 소상공인과 사회적 취약계층 등 사회 전반에서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더미다.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우리 모두 한 치 앞만 아니라 두 치, 세 치 앞을 내다보는 상상력을 발휘해 보자.

ulsan@fnnews.com 최수상 정책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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