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테헤란로

[여의도에서]‘빚내 버틴’ 자영업자, 앞으로가 더 문제

강재웅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3.05 17:26

수정 2020.03.05 17:26

[여의도에서]‘빚내 버틴’ 자영업자, 앞으로가 더 문제
"지금 코로나와 관련된 지원대책이 대출로 집중돼 있다. 언젠가는 갚아야 하는 것 아닌가. 지금도 빚으로 근근이 버티고 있었는데 나중이라고 해서 나아질지도 걱정이다. 빚만 더 쌓이는 꼴이다. 이래저래 한숨만 나온다."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소상공인의 한숨이 더욱 깊어지고 있는 요즘이다. 코로나19 확진자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모임 자체가 사라져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의 벌이는 크게 줄어들고 있어서다.


확산일로에 있는 코로나 사태도 문제이지만 소상공인은 지금보다 3개월, 6개월 후가 더 문제라고 말하고 있다. 앞이 보이지 않는 긴 터널 입구에 들어선 기분이라는 사람도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 따르면 지난 2월 말 현재 전국 소상공인이 신청한 코로나19 피해자금(경영안정자금)은 2만7875건에 달한다. 금액으로는 1조4377억원 규모로, 이 중 876건 426억원을 집행했다.

현재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전국 센터를 통해 코로나19 피해 유형과 사례를 수집하기 위한 상담도 진행하고 있다. 대상자 선별작업을 통해 매일 30~40건의 상담이 이뤄지고 있으며, 80% 이상이 매출 감소를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심리 위축으로 매출이 급감하면서 임대료와 인건비 부담이 늘었고, 장기화 전망에 생계까지 위협받으며 자금난을 호소하고 있다. 경영안정자금은 모두 초저금리로 대출을 해준다는 것이다.

문제는 지금까지도 소상공인 상당수가 빚으로 연명해 왔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이 지난 4일 발표한 '2019년 4분기 예금취급기관 산업별 대출금'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현재 서비스업 대출잔액은 741조9000억원으로 3개월 전보다 22조7000억원(9.6%) 늘었다.

증가 규모는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된 2008년 이후 가장 컸다. 증가율도 2009년 1·4분기(11.1%) 이후 가장 높았다.

산업 대출이란 자영업자, 기업, 공공기관, 정부가 시중은행이나 저축은행, 새마을금고 등 예금을 취급하는 금융기관에서 빌린 돈을 말한다. 서비스업에는 음식·숙박업, 도·소매업에 종사하는 자영업자들이 많은 만큼 업황이 나빠지자 이들이 빚을 내 영업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진입장벽이 낮은 이들 업종에 뛰어든 이들이 많아진 점도 영향을 줬다. 작년 4·4분기에 도소매·음식·숙박업종에서 새로 생긴 법인 수는 6738개로 3·4분기(6172개)보다 많았다.

전문가들은 제2 금융권에서 빚을 진 자영업자가 늘고 있는 만큼 이들의 대출이 부실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에서 코로나19는 이들에게 핵폭탄급이다. 서울 여의도에서 프랜차이즈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한 점주는 "평소 같으면 예약이 100개팀이 있었지만 현재는 3건에 불과하다"며 "정부 지원이 고맙기는 하지만 돈을 갚고 싶어도 갚을 수 없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는 기분"이라며 안타워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공식 석상에서 "파격적 수준의 지원방안을 적극적으로 고려해주길 바란다"며 코로나19로 인한 경제피해를 극복하기 위한 대책 마련을 지시한 것도 심각성 때문이라고 판단된다.

돈을 많이 벌어서 빚을 갚고 싶어하는 그의 말처럼 자영업자 소상공인을 빚더미에 앉히는 것이 아닌 피부에 와닿는 직접적 지원이 필요하다.
나부터 자영업자 소상공인을 응원하기 위해 마스크를 쓰고라도 한번 더 이용해야겠다는 마음이 든다.

kjw@fnnews.com 강재웅 산업2부 차장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