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기자수첩] 銀, '코로나 지원' 외형 보다 실효성 높여야

최종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3.09 15:08

수정 2020.03.09 15:31

[기자수첩] 銀, '코로나 지원' 외형 보다 실효성 높여야
[파이낸셜뉴스] 코로나19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우리 일상의 풍경은 완전히 바뀌었다.

평소 북적 거렸던 상점과 거리는 인적이 뜸해진 있는 반면, 약국 앞에는 마스크를 구매하기 위한 사람들로 만원이다. 상황이 심각해지면서 금융권도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각종 금융지원을 쏟아내고 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최근 5대 금융지주사 회장과 만난 자리에서 코로나19 지원책과 관련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발 벗고 나서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금융사 수장들은 은행 창구로 달려가 애로사항을 직접 청취하고, 은행들은 경쟁적으로 더 많은 금액을 써내며 외형적으로 금융지원 규모를 확대하고 있다. 하지만 일선 현장에선 여전히 은행 문턱이 높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은행들을 중심으로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기존대출 만기연장, 특별대출 신규공급 등의 지원책을 내놨지만 실효성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지원 조건이 까다롭거나 대출을 받을 수 있더라도 대출 수요가 몰리면서 보증서 발급에만 수개월이 걸려 필요한 자금을 제때 공급받을 수 없다는 지적이다. 자금이 말라가는 일부 소상공인들은 고금리 대출로 내몰리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 될 경우 벼랑 끝으로 내몰리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 연쇄적으로 늘어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비은행 예금취급기관의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193조3239억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28.8%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예금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742조6508억원으로 7.1% 증가에 그쳤다. 포용금융 확대에도 은행 문턱 조차 넘지 못하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이 여전히 많다는 의미다.

'비올 때 우산을 뺏지 마라'라는 문구는 경기 위축이나 불확실성이 고조될 때 자주 접하게 된다. 경기가 좋을 때는 돈을 빌려가라고 영업을 하던 은행들이 정작 위기 상황에선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에 내준 대출금을 신속하게 회수하는 관행을 꼬집은 말이다.
코로나19라는 사상 초유의 위기 상황 속에서 이번에는 비올 때 우산을 씌워줄 수 있는 외형 보다는 실효성 있는 지원책이 절실한 시기다.

cjk@fnnews.com 최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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