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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에서] 코로나가 바꾼 여의도 풍경

김경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3.09 16:55

수정 2020.03.09 16:55

[여의도에서] 코로나가 바꾼 여의도 풍경
"해외투자 출장길이 막히니 해외실사도 막혔다. 기업공개(IPO)는 줄줄이 연기되고,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들도 외부인 만남 금지에 나서니 당분간 뭘 먹고 살아야 할지 막막하다."

최근 만난 증권사 투자은행(IB) 담당 임원은 코로나19로 인해 여의도 금투업계가 입은 직격탄도 크다며 이같이 토로했다.

국제적 신평사인 무디스조차 최근 코로나19 여파에 따라 국내 증권산업 전망을 기존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조정했다. 코로나19에 따라 경제 성장성이 낮아진 한편 유동성이 낮은 자산 비중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무디스는 코로나19 확산에 대한 여파가 경제성장의 리스크를 가중시키는 점을 반영해 올해 한국의 성장률을 1.9%로 제시했다.


또 증권사들이 자기자본을 활용한 IB 비즈니스를 확대하면서 단기 차입금이 크게 늘어난 것과 관련, "유동성이 낮은 자산 비중이 확대되면서 유동성 관리에 어려움이 발생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코로나19 확산에 IPO시장도 위축 조짐이다. 실제 지난 5일 건축 시공업체인 센코어테크와 콜센터 아웃소싱 업체인 메타넷엠플랫폼은 금융당국에 상장 철회신고서를 제출했다. 이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상장에 차질을 빚은 첫 사례다.

기관투자자들을 방문하는 국내외 증권사 법인영업 담당자들도 때아닌 휴식기를 맞았다. 국민연금, 우정사업본부, 교직원공제회 등 국내 주요 큰손 기관 투자자들이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외부인 출입금지를 내걸고 나섰기 때문이다. 확진자가 다녀간 순간 셧다운이 발생하기 때문에 대규모 자산을 굴리는 기관 큰손들은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보인다.

주요 대형 증권사들도 중국, 싱가포르, 홍콩, 일본, 호주, 미국 등 해외 관련 출장과 외부인 미팅을 일제히 자제하는 분위기다.

해외 부동산 등 대체투자 딜 소싱이 중요하고, 업무특성상 보안 유지가 필요하기 때문에 실무자와 직접 대면접촉이 절대적인 IB업계엔 이번 사태가 찬물을 끼얹은 셈이다.

그러나 위기에만 너무 연연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다. 지금보다 더한 전염병 위기와 경제적 파국에도 국내 자본시장은 오뚝이처럼 버티고 일어났다. 실제 과거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같은 전염병 이슈들은 단기적으로 조정요인으로 작용했지만 증시 방향성을 바꾸지는 못했다.

증시 전문가들도 오히려 이번 기회를 주가 예측보다 외국인 순매수 전환을 포착하는 계기로도 파악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투자자들은 전염병 사태에 직면할 때마다 '이번에는 다르다'는 두려움을 느끼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면 경제는 다시 회복 흐름을 탔다. 현재 하루 감염자 증가율은 9%로, 가파른 증가세는 꺾였다. 아직 외국계 자금 유입을 기대하기는 이르지만 가파른 매도는 다소 진정될 수 있는 상황으로 보인다"는 것이 대체적인 견해다.

기관 고위 관계자들도 오히려 이번 위기가 단기악재인 만큼 관련 악재에서 대체투자는 옥석을 가릴 기회라고 보는 시각이다.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 온 자본시장업계가 이번 위기를 과연 어떻게 슬기롭게 이겨낼지 관심이 간다. 눈폭풍이 몰아쳐도 새순은 돋아난다.
고진감래의 투자격언이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도 빛을 발하길 기대해본다.

kakim@fnnews.com 김경아 증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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