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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논단] 0.92명의 인구위기, 어떻게 대응하나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3.09 18:01

수정 2020.03.09 18:01

[fn논단] 0.92명의 인구위기, 어떻게 대응하나
2019년 합계출산율이 0.92명으로 하락했다. 2017년 1.05명, 2018년 0.98명에 이어 하락세가 멈추지 않고 있다고 최근 통계청은 발표했다. 보육비용 정부지원, 아동수당 신설, 육아휴직급여 인상, 아파트 분양 우선권 부여 등 정부의 다각적 노력에도 불구하고 출산율은 오히려 더 감소하고 있다. 정부가 이 정도 지원정책을 하지 않았다면 출산율은 더 하락했을 것이라는 주장도 있고, 프랑스와 같이 저출산 문제를 해결한 국가와 같이 지금보다 몇 배의 예산을 투입하면 우리나라도 반전이 가능하다는 주장도 있지만 다른 나라에서 성공했다고 우리나라에서도 성공할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세계에서 저출산 현상이 나타나는 국가는 스페인 등 남유럽 국가, 폴란드를 비롯한 동유럽 국가들이 있지만 우리나라는 대만, 싱가포르 등 국가들과 공통점이 많다. 유교 영향으로 가부장적 전통이 있었고, 인구밀도가 높고, 한때 아시아의 '네 마리 용'으로 불릴 만큼 높은 경제성장률을 구가했다.
그리고 현재는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높아졌고, 치열한 경쟁구도하에서 교육열이 높은 반면 사교육비 부담도 여전히 크다. 국가의 미래비전이 그리 밝지 않고, 입시와 취업을 위한 경쟁 속에서 현실의 삶은 팍팍하다. 결혼비용도 만만치 않고, 맞벌이 가구에서 자녀 양육은 그야말로 전쟁이라는 인식이 팽배한 상황에서 만혼이 심화되고, 심지어는 독신을 선택하겠다는 젊은이도 늘고 있다. 이 모든 것을 국가가 전적으로 일시에 해결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저출산 추세는 당분간 해소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런 추세라면 2020년 출생아수는 마지노선 30만명도 깨질 것으로 예상된다. 사망률이 낮아지고 있지만 고연령층 인구가 늘어 사망자수는 30만명을 넘어서 한국은 인구가 자연감소하는 국가로 전환될 것으로 보인다. 총인구가 감소되는 가운데 노령인구가 늘고, 청장년인구는 감소해 인구구조 고령화가 가속될 것이다. 통계청은 2067년에는 노인인구비율이 46.5%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문제는 인구 2명 중 1명이 65세 이상 인구가 되는 사회로 가고 있는데 우리 경제·사회 시스템은 인구가 팽창하는 고도성장 시대의 틀을 바꾸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경제·사회 환경이 변하면 자연스럽게 적응될 수 있는 것도 있지만, 법령에 기초한 제도의 경직성으로 인해 미리 바꿔놓지 않으면 혼란과 파열을 가져올 수 있는 것이 있다. 그 대표적인 것이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과 건강보험, 노인장기요양보험 등 사회보험 시스템이다.


저부담·고급여로 2057년 적립기금이 고갈될 것으로 전망되는 국민연금은 지금 개혁하지 않으면 그 당시의 연금보험료 부담이 현재보다 3배가 높아져 사실상 지속 불가능한 상황에 이른다. 건강보험과 노인장기요양보험도 현재 양호한 인구구조에서 재원조달이 가능해 보이는 보장률이 2040년대를 넘으면 그 비용부담이 눈덩이처럼 커질 것이 분명하므로 미래에도 유지 가능한 비용효과적 체계를 선제적으로 만들어놓지 않으면 세대갈등이 갈수록 증폭될 가능성이 높다.


수많은 요인이 겹쳐서 일어나는 인구변화를 인위적으로 조절하기는 어렵지만, 예상되는 인구변동에도 지속 가능한 유연한 경제·사회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은 지금 당장 준비해야 할 일이다.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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