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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다OUT, 그후]'타다 유니콘' 꿈꾼 이재웅…남은 건 '대량해직 사태'

뉴스1

입력 2020.03.10 07:25

수정 2020.03.10 10:23

9일 서울 서초구의 한 차고지에 타다 차량이 주차돼 있다. 2020.3.9/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9일 서울 서초구의 한 차고지에 타다 차량이 주차돼 있다. 2020.3.9/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이재웅 쏘카 대표. /뉴스1 DB © News1 임세영 기자
이재웅 쏘카 대표. /뉴스1 DB © News1 임세영 기자

(서울=뉴스1) 권혁준 기자 = "저는 앞으로 '타다'에서 얻을 이익은 모두 사회에 환원하겠습니다."

지난 2일 이재웅 쏘카 대표가 밝힌 각오였다. 이 대표는 "1만여명의 드라이버들이 일자리를 잃지 않고, 170만명의 이용자들에게 더 나은 이동 선택권을 주고, 혁신을 꿈꾸는 후배 기업가들이 좌절하지 않게 할 수 있다면 바라는 것이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공약'(空約)이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도 없지 않았지만, 그는 진심임을 어필했다.


그리고 이제는 그 말이 진심이었는지 빈말이었는지 확인할 길이 없게 됐다. 일명 '타다금지법'으로 불리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제는 1만여명의 일자리를 책임지는 것이 아니라 눈물을 머금고 '해고 통보'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국회는 지난 6일 본회의에서 재석의원 185명 중 찬성 169명, 반대 7명, 기권 9명으로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을 가결했다. 해당 법안은 대통령의 공포를 거쳐 1년6개월 후부터 시행된다.

타다와 이 대표의 입장에서는 가장 상상하기 싫은 '최악의 시나리오'다. 지난 2월 이재웅 쏘카 대표와 박재욱 VCNC 대표 등의 여객운수법 위반 혐의 1심이 무죄로 나오면서 한숨을 돌리는가 했지만 보름만에 정반대의 상황이다.

4월로 예정됐던 타다의 '독립법인 출범'도 사실상 물 건너갔다. 타다는 1심 선고를 닷새 앞뒀던 지난달 12일 이사회를 열어 타다를 쏘카에서 분할해 독립법인으로 출범한다고 밝힌 바 있다. 새로운 법인 설립을 계기로 '타다'(가칭)는 독립법인으로 타다 서비스를 전담하며 전문성을 키우겠다는 계획이었다. 타다를 '유니콘'으로 키우겠다고 호언했다.

물론 이같은 계획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도 있었다. 1심에서 유죄 선고가 날 경우 투자 유치 등에 차질이 생길 것을 대비해 쏘카가 타다와 미리 선을 긋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었다. 물론 쏘카 측은 이같은 '꼬리 자르기' 지적에 대해 부인했다.

우여곡절끝 1심 재판부의 무죄 선고로 한 고비를 넘기자 이 대표는 여객운수법 개정안 폐기에 온 힘을 다했다. 타다의 합법화는 사익이 아닌 공익을 위한 것이라고 누차 강조했고 호소했다. 타다로 얻은 이익을 전부 환원하겠다는 것도 이같은 지점에서 나온 발언이었다.

이 대표는 "법안이 폐기된다면 '타다'는 정상적으로 4월1일에 분할 독립한다"면서 "독립기업 '타다'에서 제 역할은 주주로서 회사가 사회적 책임을 다하며 국민 플랫폼 기업으로 성장하도록 조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이어 본회의까지 통과하면서 타다를 '유니콘'으로 만들겠다던 이 대표의 야심은 모두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고 그대로 법안이 공포된다면 타다는 1년6개월 이후 불법이 되고 만다. 투자를 약속했던 외국인 투자자들이 자연스럽게 철수할 수밖에 없게 됐고 이 대표는 1만명이 넘는 타다 드라이버와 직원들에게 '해고통보'를 해야 하는 억장이 무너지는 상황이 돼버렸다.

이미 타다는 법안이 본회의를 통과한 직후 1개월 내 '타다베이직' 서비스를 잠정 중단하겠다고 밝힌 상다. 장애인을 비롯해 65세 이상 교통약자를 위한 호출 서비스인 '타다 어시스트'는 7일을 끝으로 종료됐다.

현재 타다 운영 차량 1500여대 중 1400여대가 베이직으로, 베이직 서비스의 중단은 사실상 사업을 종료하겠다는 의지로 봐도 무방하다. 당장 1만2000명의 드라이버들의 '직장'이 없어진 셈이다.

이 대표의 쏘카가 타다를 흡수할 가능성도 없지 않지만, 이 경우에도 '타다 베이직'의 종료가 번복되지 않는 이상 드라이버들을 안고 갈 방도는 없어 보인다.

이뿐이 아니다 이번 주부터 출근할 예정이던 신규 직원들의 입사도 취소됐다.
타다 관계자는 "안타깝지만 사업을 이어갈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 어쩔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자신의 이익 '전부'를 사회로 돌려주겠다는 쉽지 않은 공약까지 내걸며 한국의 '모빌리티 혁신'을 이루겠다는 이 대표의 포부는 결국 '새드엔딩'으로 끝나는 모양새다.
택시업계의 집단반발과 운수업 규제권한을 가진 주무부처 국토교통부와 총선을 앞두고 '택시표심'에 눈먼 국회가 만들어낸 '타다 OUT'의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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