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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나루] 코로나 사태, 미래에 대비할 기회다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3.10 17:16

수정 2020.03.10 17:16

[여의나루] 코로나 사태, 미래에 대비할 기회다
코로나19 여파는 경제에 직격탄을 날렸다. 지난달 초 중국을 중심으로 코로나19가 확산될 때는 중국 의존도가 큰 우리 수출을 걱정하고, 자동차 등 몇몇 산업에서 중국으로부터 부품 수입에 애로를 우려하는 정도이더니 이제는 모든 경제부문이 신음하고 있다. 항공, 숙박, 수송 등 해외 및 국내 관광객의 발길이 끊어진 영향을 바로 받는 서비스산업부터 사투를 벌이기 시작했고, 이른바 '사회적 거리 두기'가 정착된 이후부터는 사람들이 만나서 이뤄지는 모든 서비스산업들이 신음소리를 내고 있다. 연일 신문에는 적막한 쇼핑몰 사진이 게재되고, TV에서는 집에만 있으면 더 답답해서 하루 종일 손님 한두 명 찾는 가게를 열고 있다는 전통시장 상인들의 푸념소리가 들려온다. 미래사업을 논의하는 각종 만남도 자제하고, 주문도 끊어졌다는 수도권 주변 공단의 작은 공장들도 눈에 띈다. 더욱이 코로나19의 위세가 우리 주력 수출시장인 미국, 유럽 선진국들에서 오히려 더욱더 강해지고 있는 모습을 보면 수출시장 여건도 만만치 않을 것 같다.
이런 소식들을 접하면 우리 경제 전체가 그리고 모든 산업이 정적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그렇지만 우리 산업들도 이런 식의 위기를 이미 수차례 겪은 바 있다.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등 대형 전염병 사태들과 그것보다 더 극심했던 외환위기, 세계 금융위기 등을 견뎌내며 꿋꿋이 일어서서 세계 경제를 다시 누비며 경쟁력을 발휘해 왔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안다. 그래서 '위기가 곧 기회다'라는 말이 나왔는지도 모른다. 마치 경제가 멈춘 듯한 지금, 혹은 해외출장, 각종 비즈니스 미팅 등이 주춤해진 지금이 역으로 생각해 보면 더 먼 미래를 내다보며 내실 있는 경쟁력을 다져갈 기회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금 막 돌아가고 있는 일, 급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매달리느라 다소 관심을 소홀히 했던 산업의 미래, 기업의 장래 등을 찬찬히 돌아보는 시간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기실 필자 스스로도 비슷한 경험을 하고 있다. 대체로 2월이 되면 각종 학회와 세미나 등이 기지개를 켜고, 새롭게 과제를 제안하는 곳도 많아지며 3월 개강을 앞두고 묵은 강의안을 갱신·보완하는 일까지 겹쳐서 제법 바쁜 일상에 매몰돼 버리는 느낌을 가져 왔다. 그런데 올해는 모든 모임이 취소·연기되고, 개강마저 늦춰지면서 갑자기 시간이 여유로워져서 일찌감치 강의안 수정작업은 마쳤고, 전공 및 과제 관련 책을 수없이 살펴본 데다 그동안 제목만 봐왔던 교양서적들까지 돌아볼 수 있었다. 괜히 지적 경쟁력이 높아진 느낌을 받은 사람이 필자뿐일까.

그렇다. 우리 산업이나 기업들도 비즈니스가 주춤해진 이때를 활용해서 미래사업을 위한 연구개발(R&D)을 더욱 자세히 들여다보고, 소홀히 해온 미래사업을 위한 투자계획을 손보며, 나아가 앞으로의 사업재편 방향을 점검해 볼 때다.
분명히 다시 찾아오게 될 정상적인 경제의 흐름을 잘 탈 수 있는 산업, 기업들은 바로 이런 준비를 철저히 해 이른바 '미래 경쟁력'을 잘 갖춰놓은 쪽일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주 국회를 통과한 추가경정예산안에서 산업·기업들의 미래 대비 노력을 배려하는 측면이 빠져 있던 점은 아쉬웠다.
현재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의 경영지원, 취약층 생활지원 그리고 몇몇 서비스산업의 긴급경영자금 지원 등에 추경의 초점이 맞춰져 있는데 어쩌면 추경 편성의 목적 자체가 그것이었다고 치부해야 할지도 모르겠지만, 항상 산업의 미래를 걱정하는 필자가 아쉬움을 느낀 것 또한 어쩔 수 없다.

김도훈 서강대 국제대학원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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