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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관칼럼] 문화와 경제를 이끄는 신한류

조용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3.15 16:33

수정 2020.03.15 16:36

[차관칼럼] 문화와 경제를 이끄는 신한류
영화 '기생충'이 작년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에 이어 올해 아카데미 4관왕을 휩쓸며 전 세계를 뒤흔들었다. 비영어권 영화 최초로 오스카 작품상을 수상해 한국영화 100년 역사뿐 아니라 아카데미 역사도 새로 썼다. '기생충'은 한국적 소재와 정서를 활용하면서도 빈부격차와 양극화라는 보편적 주제의식으로 많은 세계인의 공감을 끌어냈다.

'기생충'의 성공은 방탄소년단 열풍과도 닮아 있다. 방탄소년단 역시 한국적 상황에서 출발한 진솔한 이야기로 동세대의 목소리와 감성을 대변하며 전 세계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영국의 웸블리 스타디움과 뉴욕 타임스스퀘어 등 세계적 장소에서 각국의 팬들이 한국어 가사로 노래를 따라 부르는 풍경은 이제 어느 정도 익숙해졌지만 여전히 놀랍고 감동적이다.


1990년대 말 '한류'라는 용어가 처음 등장한 이래 우리의 문화상품이 세계에서 큰 인기를 얻는 현상이 과연 언제까지 계속될 수 있을까 하는 염려도 있었지만, 한류는 그간 드라마, 음악, 영화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꾸준히 진화해왔다. 한국 대중음악, 즉 'K팝'의 인기를 분석한 다큐멘터리가 넷플릭스에 따로 있을 정도니까, 이제 한류는 일시적 열풍을 넘어 세계 대중문화의 한 흐름으로 자리매김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한류의 성공 원인을 분석한다. 먼저 꼽는 게 우리 민족의 타고난 예술적 재능과 창의력, 신명과 신바람이다. 여기에 한국인 특유의 부지런함과 치열한 노력의 결합, 그래서 만들어진 '경쟁력 있는 콘텐츠'가 한류의 핵심 성공요인으로 언급되기도 한다. 1994년 정부는 당시 문화체육부에 문화산업국을 신설하면서 우리나라 미래 성장동력은 문화산업이라는 방향을 제시한 바 있다. 이후 인력양성, 제작 및 창업 지원 등 다양한 정책을 적극적으로 수행해온 것도 한류에 도움이 됐다.

그럼 앞으로 한류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일까. 새로운 한류를 위해 세 가지가 필요하다고 본다. 첫째, 한류 콘텐츠의 영역을 확대해야 한다. 프랑스의 석학 기 소르망은 한류가 지속되기 위해선 한국의 문화적 원형을 적극적으로 알리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드라마와 대중음악 중심의 한류는 폭발적 반응을 이끌어내지만 유행을 타며 부침이 있을 수도 있다. 따라서 세계적 관심을 끌어낼 잠재력 있는 우리의 전통문화 등 한국문화 전반으로 한류 콘텐츠를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

둘째, 소비재·서비스 수출에 한류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수출입은행에 따르면 한류 콘텐츠 수출이 100달러 늘어날 때, 연관 소비재 수출은 248달러 증가한다고 한다. 즉 한류의 파급효과를 잘만 활용한다면 K뷰티, K푸드 등도 또 다른 한류 콘텐츠가 될 수 있다. 셋째, 한류팬 한사람 한사람을 소중한 고객으로 관리해야 한다. 한국국제교류재단에 따르면 2019년 해외 한류동호회 회원수는 약 9900만명에 이른다. 한류에 관심을 가진 외국인들이 자연스럽게 한국어와 한국문화 전반에도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전 세계 32개 한국문화원, 180개 세종학당이 세분화된 프로그램을 제공해야 한다.


지난달 말 문화체육관광부를 포함한 13개 정부 부처와 12개 기관이 한자리에 모여 '신한류'를 위해 힘을 합치기로 하고, 한류협력위원회를 출범시켰다. 한류에 대해 정부가 나설 일이냐는 시각도 있지만 민간이 못해온 일, 그간 한류로 꽃피지 못했던 곳에 대해 정부 내 관련 부서가 협업·지원하기 위해 위원회를 설치했다.
더 넓고 더 깊은 한류를 기대해본다.

김용삼 문화체육관광부 제1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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