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쿠팡맨에 '투잡'·백화점 폐기물처리…코로나가 드러낸 노동현실

뉴스1

입력 2020.03.16 13:19

수정 2020.03.16 13:41

16일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0시 기준 코로나19 확진자는 전날보다 74명 늘어 8236명이 됐다. 질본은 이날 국내 지역 내 감염 외에 '검역'으로 4명의 확진자를 따로 분류했다. © News1 김일환 디자이너
16일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0시 기준 코로나19 확진자는 전날보다 74명 늘어 8236명이 됐다. 질본은 이날 국내 지역 내 감염 외에 '검역'으로 4명의 확진자를 따로 분류했다. © News1 김일환 디자이너


© News1 김일환 디자이너
© News1 김일환 디자이너

(서울=뉴스1) 양새롬 기자 =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는 가운데, 코로나19로 발견된 안타까운 사연들이 눈길을 끈다.

이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에도 불구하고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고군분투한 사연들이다.
대한민국 노동자들의 민낯이 드러났다는 평가다.

16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공항항만운송본부에 따르면 입사 4주차의 신입 쿠팡맨 김모씨(46)가 지난 12일 경기 안산시에서 새벽배송 도중 쓰러져 숨졌다.

노조에 따르면 김씨는 이날 새벽 2시쯤 안산지역의 한 빌라 4층과 5층 사이에서 배달을 하다가 쓰러져 있었다. 김씨의 배송이 멈춘 것을 의아해한 다른 쿠팡맨이 찾아갔을 땐 이미 심정지한 상태였다. 곧바로 심폐소생술(CPR)을 했지만 김씨는 끝내 숨을 거뒀다.

노조는 코로나19로 택배물량이 폭증하면서 김씨가 과로로 숨진 것이라고 추정했다. 실제 김씨는 평소 배송시간이 늦어질까봐 심적 압박을 받았다고 하소연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앞서 한 40대 여성 노동자는 코로나19 확진 후 동선공개 과정에서 '투잡'이 밝혀지기도 했다. 대규모 집단감염이 발생한 서울 구로구 코리아빌딩 콜센터 직원 중 한 명이 이른 오전 여의도 증권가에서 녹즙 배달일도 병행한 것이다.

이 여성은 오전 5시30분쯤 여의도로 출근했다가 오전 7시50분쯤 다시 구로구의 콜센터로 두 번째 출근을 해야했다.

콜센터 동료인 50세 여성 노동자도 주말엔 편의점에서 일을 했다. 토요일엔 오후 1시20분부터 밤 10시까지, 일요일 아침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집 근처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것이다.

경북 구미의 한 20대 남성도 마찬가지다. 오전 11시부터 슈퍼마켓에서 배송을 한 뒤, 오후 5시에는 음식점에 출근해 이튿날 오전 3시까지 혼자 요리 및 서빙 업무를 봤다.

고령의 노동자들도 코로나를 피해갈 수는 없었다. 롯데백화점 부산본점 지하2층 폐기물 처리시설인 슈트장 근무자인 60대와 70대가 잇달아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것이다. 이들은 보통 오전 7시에 출근해 오후 5시쯤 퇴근한 것으로 확인됐다.

'코로나19가 드러내는 2020년 대한민국 노동자들의 고단한 삶.'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은 전날(15일) 자신의 트위터에 이들의 사연을 요약한 뒤 이같이 적었다.


이와 관련 장덕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뉴스1에 "이런 상황에서 노인이나 어린아이 그리고 경제적 취약계층이나 특정 환경에서 일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에 대해선 일반 시민들하고 다른, 적극적인 지원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장 교수는 "산불에 비유하면 큰불은 껐지만 잔불은 쫓아다니면서 꺼야 하는 상황"이라며 "지금까지는 유증상자가 발견됐을 때 대응하는 형태였다면, 지금부터는 콜센터 같은 특정 장소들에 선제적으로 점검하고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정말로 할 수 있는 계층에 해당하는 사람들은 극히 일부일 것"이라며 "생계나 생존과 직결되는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재난기본소득 등 장기적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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