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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영받지 못하는 60주년, 코로나19에 발목 잡힌 유로2020

뉴스1

입력 2020.03.16 16:08

수정 2020.03.16 16:08


(서울=뉴스1) 임성일 기자 = 유럽축구선수권을 가리켜 누군가는 "브라질과 아르헨티나가 빠진 월드컵 토너먼트 단계"라 칭하기도 한다. 그만큼 축구 잘하는 나라들이 많은 유럽이고, 그들이 4년마다 한 번씩 대륙 최고수를 가리는 유로 대회는 실제로 월드컵 버금가는 레벨을 자랑한다.

그 유로 대회가 열리는 2020년은 축구 팬들이 잔뜩 기대했던 해다. 심지어 유로2020은 대회 60주년을 기념하는 무대다.

1960년 프랑스에서 열린 1회 대회 이후 꼬박꼬박 4년 주기로 열렸던 유럽선수권은 지난 2016년 다시 프랑스 대회까지 총 15번의 역사를 쌓았다. 고대했던 16번째 드라마가 이제 3달 앞으로 다가왔는데, 큰 암초에 걸렸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각국 리그와 유럽대항전 등 수많은 축구 일정이 파행을 겪고 있는 가운데 유럽축구연맹(UEFA)은 17일 55개 회원국 대표들과 화상으로 회의를 진행한다. 회의에서는 6월12일 개막하는 유로2020을 비롯해 UEFA 챔피언스리그와 유로파리그 잔여 일정 운영방식 등에 대해 논의될 예정이다. 역시 핵심은 유로2020이다.

이번 대회는 무려 12개국 12개 도시에서 펼쳐진다. 벨기에와 네덜란드가 함께 대회를 열었던 유로2000을 비롯해 오스트리아와 스위스, 폴란드와 우크라이나가 공동개최했던 유로2008과 유로2012 등 2개 나라가 합심했던 적은 있으나 유로 2020과 같이 유럽 전역에서 대회가 열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로마(이탈리아), 런던(잉글랜드), 바쿠(아제르바이잔), 뮌헨(독일), 상트페테르부르크(러시아), 암스테르담(네덜란드), 빌바오(스페인). 부쿠레슈티(루마니아), 부다페스트(헝가리), 코펜하겐(덴마크), 더블린(아일랜드), 글래스고(스코틀랜드) 등 그야말로 유럽 대륙의 잔치다. 이 공들였던 이벤트가 자칫 수포로 돌아갈 위기다.

현재 유럽은 세계에서 코로나19 확산세가 가장 심각한 곳이다. 이미 세계보건기구(WHO)는 "중국의 코로나19 확산이 한창 이었을 때보다 더 많은 확진 사례가 유럽에서 매일 보고되고 있다"며 "유럽이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의 진원지가 됐다"고 짚었을 정도다. 유럽에 바이러스가 창궐하며 각국 축구리그는 모두 파행을 겪고 있다.

피해가 가장 심한 이탈리아 세리에A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으로 리그를 중단한 것을 시작으로 스페인 라리가, 독일 분데스리가, 프랑스 리그1에 이어 가장 오래 버티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도 중지를 선언했다. 그야말로 사상 초유의 일인데 현재 흐름으로는 언제 재개될 것인지 짐작하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유로2020 6월 정상 개막은 무리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애초 UEFA는 대회 개최에 어려움을 겪는 도시가 나오면 다른 곳으로 개최지를 바꾸는 방안을 고려했으나 거의 모든 곳에 코로나19가 발을 뻗치면서 의미 없는 계획이 됐다.

시쳇말로 각자 코가 석자다. 자국 리그들을 제대로 마무리 지을 수 있을지 의문인 상황이니 전체 걱정까지 하긴 힘들다. 코로나19 직격탄을 맞고 있는 이탈리아 축구협회는 정식 제안할 계획이다. 영국의 BBC는 16일 "이탈리아 축구협회가 코로나19 확산으로 중단된 세리에A의 시즌 완료를 위해 유로2020 연기를 요구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대회를 올해 12월로 연기하는 방식이나 아예 1년 뒤로 미뤄 유로2021로 준비하자는 등 다양한 목소리들이 제기되고 있으나 '빅 이벤트'가 밀리면 다른 일정들도 줄줄이 영향을 받으니 단순한 문제는 아니다.

난제 앞에서 UEFA가 55개 회원국 수장들과 머리를 맞댈 17일 회의에 관심이 향하고 있다.
야심차게 준비한 60주년 유럽선수권인데, 적어도 지금은 환영받지 못하는 계륵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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