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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첫 제로금리]한은 빅컷·정부 추경, 폴리시믹스 효과 노린다

[파이낸셜뉴스] 16일 한국은행이 전격적으로 금리인하를 단행하면서 우리 경제는 추가경정예산과 함께 폴리시믹스(정책조합·Policy Mix) 효과를 노릴 수 있게 됐다. 폴리시믹스란 경제의 안정과 성장을 동시에 실현하기 위해 재정·금융·외환 등 전방위적 정책수단을 총동원하는 것을 말한다. 다만 정부가 '경제 살리기'에 모든 방법을 쏟아붓지만 내려간 금리로 인한 자금이 부동산 시장으로 쏠릴 수 있는 부작용 등 풍선효과도 우려된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글로벌 경제위기인 만큼 국내 부동산으로 흐르는 자금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한은은 코로나19가 본격화한 지난달 27일 금리를 동결하고 한달도 채 안돼 빅컷(0.50%포인트 이상)을 실행하면서 시기를 놓쳤다는 비판에 대해서도 "어쩔 수 없었을 것"이라고 의견이 모였다.

■한은도 빅컷, 폴리시믹스 완성됐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16일 오후 4시30분 임시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기존 1.25%에서 0.75%로 50bp(1bp=0.01%포인트) 인하했다. 과거 한은이 임시 금통위를 열고 금리를 내린 것은 '9·11 테러' 직후인 2001년 9월(0.50%p 인하)과 금융위기 때인 2008년 10월(0.75%p 인하) 단 두차례 뿐이었다.

이에 따라 우리 경제는 이날 빅컷 수준의 금리인하에다 재정·금융 정책의 종합패키지인 슈퍼추경까지 등에 업으면서 큰 틀에서 폴리시믹스 효과가 기대된다. 이날 오후 5시 현재 기준 추경 예산 증감액을 놓고 여야와 정부가 머리를 맞대고 있다. 변수가 없다면 17일 국회는 정부안(11조7000억원) 이상의 추경안을 통과시킬 예정이다.

큰 폭의 금리인하와 추경안 통과는 내수 진작의 마중물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후 추가 대책과 2차 추경 가능성도 거론되는 등 현재 국면에서 쉴 틈은 없지만 경제팀은 일단 큰 산을 넘었다는 분위기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일찍부터 폴리시믹스가 필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홍 부총리는 지난 4일 국제통화기금(IMF)가 컨퍼런스콜로 진행한 국제통화금융위원회(IMFC)에 참석해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국제공조가 필요하며 특히 강력한 폴리시믹스가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도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공급·수요 충격으로 세계 경제의 하방 리스크가 고조되고 있다"면서 "재정, 통화정책 등 각국의 정책 대응과 국제공조가 매우 긴요한 시점"이라고 홍 부총리와 뜻을 같이 했다.

■전문가들 "풍선효과 제한적, 당장 효과는 글쎄"
전문가들은 정부가 노리는 폴리시믹스 효과가 예상보다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정희 중앙대 교수는 "현재도 금리가 낮은 상태에서 더 인하된다고 해도 효과를 장담하기 어렵다"며 "미국이 빅컷을 하면서 한은도 어쩔 수 없는 입장에 처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시장에 유동성이 없어서 경제가 어려운 것이 아닌 만큼 금리인하 효과는 제한적이라는 설명이다. 이 교수는 "추경은 자금이 경색된 기업에 당장 지원할 수 있지만 현재 상황에서 금리인하는 긍정적으로만 볼 수는 없다"고 했다.

조성훈 연세대 교수도 "추경은 어느정도 효과가 있을 것이다. 통화정책은 당장 효과보다는 국민에게 안정감을 주는 신호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급한대로 경제를 살리기 위해 금리를 내리고 시중에 막대한 자금이 풀리면 문재인 정부가 추진해온 '집값 잡기'는 또다시 제자리로 돌아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하지만 정부는 전세계적으로 '대공황'과 맞먹는 시기인 만큼 현재 국내 집값이 요동치기는 어렵다는 진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략연구부장은 "코로나19는 단순 질병이 아니라 글로벌 경제의 체질까지도 바꿀 것"이라며 "(정부는) 경기침체, 경제위기까지 예상하고 대응하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아무리 유동성이 있더라도 부동산으로 오기는 쉽지 않고, 안전자산인 달러와 미국 국채 등에 돈이 쏠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송 부장은 "오히려 국내 집값은 떨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12년 만에 코로나19가 기폭제가 되면서 경제위기를 맞을 것으로 본다. 정책을 준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일각에서는 한은이 금리를 동결한 지 18일만에 임시 금통위를 열어 빅컷을 실행한 것은 실기를 인정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나 대체로 한은의 대응이 적절했다는 평가가 많다.

조성훈 교수는 "2월만 해도 미국과 유럽이 폭발적으로 퍼질 것으로 예상하기 힘들었다"며 "한은의 실기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상봉 한성대 교수도 "미국이 금리를 너무 많이 내려서 우리도 따라갈 필요가 있다"고 했다. 다만 그는 "동시에 대출 규제를 강화하지 않는다면 버블이 심해지고 이후에는 정부가 감당할 수 없을 것이다. 거품이 낀 부동산 시장에 문제가 생긴다면 실물과 금융시장은 동시에 다 날아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km@fnnews.com 김경민 권승현 박소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