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병이 코로나 치명률 높여
태양광 폭주는 위험한 도박
원전·재생에너지 병행이 답
태양광 폭주는 위험한 도박
원전·재생에너지 병행이 답
코로나19 사태로 문재인 대통령의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방문이 무산됐다. UAE 측에 양해를 구해 이번 주 바라카 원전 1호기 완공행사에 참여하려던 계획을 철회했다는 후문이다. 이명박정부 시절 수주한 한국형 3세대 원자로 4기 중 1호기는 최근 연료장전을 마쳤다. 4기가 정상가동 되면 UAE 전력 수요의 약 25%를 감당하게 된다.
원전 준공식이 차질을 빚을 정도로 중동의 코로나19 확산세도 만만찮은 모양이다. 그래도 궁금한 건 UAE 같은 산유국이 원전을 선택한 배경이다. 언젠가 끝날 석유시대 이후를 내다보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풍부한 일조량을 가진 UAE와 사우디아라비아가 왜 태양광에 '올인'하지 않고 원전 건설에 열을 올리느냐는 것이다.
답은 우리 안에서도 찾을 수 있다. 문재인정부의 탈원전·신재생에너지 진흥 패키지가 벽에 부딪치고 있어서다. 탈원전과 태양광 발전은 속도에서 디커플링(탈동조화) 현상을 빚고 있다. 고리1호기에 이어 멀쩡한 월성1호기를 폐쇄하기로 했지만, 태양광 확충은 소리만 요란할 뿐이다. 전국의 임야를 초토화한 채 온갖 태양광 비리는 난무하지만, 실제 전력 생산은 미미해서다. 이처럼 정부의 에너지전환 정책이 출구를 찾지 못하면서 우량기업이었던 한전의 적자만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사실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원은 현 기술 수준에선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상시·연속 운전이 가능한 화력발전이나 원전 같은 '기저 발전소' 역할을 감당할 수 없어서다. 이는 밤낮이나 날씨 등 통제 불가능한 변수 탓이다. 발전단가도 높은 데다 국토가 좁은 우리나라에선 가성비가 더 떨어진다. 원전 1기(0.6㎢ 부지)가 생산하는 1GW 전력을 얻으려면 서울 여의도의 4.6배 면적(13.2㎢)을 태양광 패널로 덮어야 한다.
물론 태양광은 장기적으로 유용한 에너지원임은 분명하다. 고갈될 염려 없이 무한정 쓸 수 있어서다. 그러나 경제성·환경성 측면에서 기술적 보완이 전제돼야 한다. 태양광 공사 현장의 산사태와 숱한 에너지저장장치(ESS) 화재가 이를 말해준다.
현 정부의 '태양광 폭주'를 보면서 '병아리 기자'로 프로야구를 취재하던 때가 생각난다. 어느 감독은 아직 제구력이나 파워가 덜 여문 어린 투수를 자주 선발 등판시켜 선수 생명을 단축하고 결국 시리즈도 망쳤다. 태양광이 그렇다. 우리 에너지산업에서 아직 기껏해야 1~2회 중간계투로 경험을 쌓으면서 키울 유망주일 뿐이다.
가뜩이나 한국 경제는 위기다. 글로벌 원전기업 두산중공업과 협력업체 근로자들의 대량실직 위기가 그 징후다. 코로나19 사태가 겹쳐 올해 0%대 성장을 점치는 전문가도 있다. 이런 판에 태양광 폭주로 전기료 인상을 촉발한다면? 세계 무대에서 뛰는 우리 기업들의 아킬레스건을 끊는 꼴일 것이다.
석유부국인 사우디와 UAE가 왜 사막에서 원전과 태양광 진흥을 병행하는가. 전기차·수소차 글로벌 각축전에서 보듯 4차 산업혁명기엔 값싼 전기가 더 필요해서다. 과속 탈원전은 한국 경제의 기저질환을 키우는 위험한 도박임을 알아야 한다.
kby777@fnnews.com 구본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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