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중국과 전선, 그리고 배터리

조지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3.16 17:09

수정 2020.03.16 17:09

[기자수첩] 중국과 전선, 그리고 배터리
코로나19 확산으로 온 국민의 걱정이 커져갔던 지난달 말 낯선 키워드가 주목을 받았다. 한 포털사이트에 '한전 중국'이라는 단어가 인기 검색어 상위에 오르며 온라인을 달궜다. 한국전력이 발주하는 전력사업에 중국 업체의 입찰 참여 여부를 두고 논란이 일었던 것이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이를 반대하는 글도 올라왔다. 한전은 설명자료를 내고 논란이 된 완도~제주 간 제3 초고압직류(#3HVDC) 해저케이블 건설사업의 계약방법은 정해진 바 없다고 해명했다.

국제입찰로 전력안보가 우려된다는 것이 반대 이유다.
하지만 당시 국내 코로나19 확진자가 대규모로 발생함에 따라 중국이 한국발 입국제한과 격리조치에 돌입하면서 커진 정치적 반감도 반영된 게 사실이다.

이번 논란을 보면서 중국의 전기차 배터리 보조금정책이 떠올랐다. 한국 전기차 배터리 업체들은 지난 2017년 이후 사실상 보조금 지급대상에서 제외되면서 최대 시장인 중국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국 정부와 기업들은 공정경쟁을 주장하면서 에둘러 불만을 표시했지만 여전히 장벽은 걷히지 않은 상태다. 중국이 자국 업체 육성을 우선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시장은 닫겠다고 하면서 문을 열라고 요구하면 순순히 응해줄 국가는 많지 않다. 한국은 내수보다는 수출로 경제를 이끌어가는 나라다. 잣대가 다르면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전력안보도 쉽게 무시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그러나 이번 사업을 국내입찰로 추진하기엔 독점 문제도 걸린다. 해당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국내 기업이 사실상 한 곳뿐이기 때문이다.

시간이 필요하지만 해법이 없진 않다. 국내 기업들의 경쟁력을 끌어올려 국제입찰을 진행하면 공정성과 형평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기술력과 사업능력을 갖춘 전선업체들이 적지 않다.

뒤처진 기업들을 지원해 주면서 앞서 있는 업체는 해외시장 진출을 뒷받침해 주는 방법을 쓰면 어떨까.

한 전선업계 관계자는 이번 논란이 정치적 이해관계가 부각돼 부담스럽다고 했다.
비즈니스는 철저히 실리를 추구해야 한다. 정치논리가 개입돼 망가진 경제는 이미 수없이 경험했다.
냉정하고 실용적인 방안을 찾을 때다.

gmin@fnnews.com 조지민 산업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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