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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재무학회칼럼] 공유경제로 포장된 금융서비스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3.17 17:09

수정 2020.03.17 17:09

[한미재무학회칼럼] 공유경제로 포장된 금융서비스
다양한 물품을 다른 사람들과 나눠 쓰는 공유경제는 확산을 넘어 2020년 오늘날 많은 사람들의 일상이 됐다. 하지만 공유경제에 대한 종전의 장밋빛 전망과 달리 부정적 시각도 높아지고 있다.

공유경제에 성공적으로 투자해온 소프트뱅크 손정의의 비전펀드도 최근 우여곡절을 겪으며 비전펀드2호의 목표자금 유치에 실패했다. 비전펀드가 투자한 우버, 디디추싱 등 공유스타트업들은 상장 이후 주가가 20~40% 하락했고, 특히 위워크는 기업가치가 절반 이상 떨어졌다. 투자자들은 사무실을 공유하는 위워크의 사업모델과 기존 부동산 임대사업의 차별화에 의문을 제기해 가치추정치를 크게 조정했다.

공유경제에 대한 이런 가치조정 과정은 2000년대 초 닷컴버블 붕괴와 유사하다.
미국 시카고대 패스터교수와 베로네시 교수가 2006년 금융경제학저널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인터넷기업이 기존 산업에 편입되면서 투자자들이 할인율을 높였고, 이에 기업의 가치가 크게 떨어졌다. 최근 공유경제 대표 기업들의 평가절하 현상이 나타난 것은 이런 기업들이 새로운 산업보다는 사실상 기존 산업에 더 가깝다고 보는 투자자 비율이 상승한 데 따른 것임을 이 연구로부터 유추할 수 있다.

한편으로는 공유경제가 기존 산업과 상생에 실패했다는 지적이 있다. 차량을 공유하는 우버는 진입규제가 있는 택시업계와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해 경쟁을 부추기고, 소비자의 권익을 높였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한때 100만달러 이상이던 뉴욕 택시면허 가격이 20만달러 이하로 떨어질 정도로 기존 업계를 마비시켰다. 공유의 가치를 내세웠지만 기존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권익을 침해한 부분이 있다. 이런 공유경제기업들은 중개수수료만 받는 플랫폼기업을 넘어 진정한 공유와 나눔의 비전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금융서비스 분야에서도 공유경제 붐이 일고 있지만 미래는 불투명하다. 중국에서는 알리바바와 텐센트 같은 테크기업들을 필두로 공유경제 플랫폼을 활용한 핀테크 시장이 최근 5년 사이 급격히 성장했다. 간편결제 시스템으로 유명한 알리페이와 위챗페이 사용자들은 스마트폰으로 손쉽게 개인간(P2P) 대출 및 크라우드펀딩에 투자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카카오페이, 토스, 뱅크샐러드 등에서 P2P 금융상품이 판매되고 있다. 저금리 시대에 상대적으로 고수익을 낼 수 있는 P2P 금융은 금융소비자에게 매력적인 투자처로 인식돼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개인들은 모바일금융 플랫폼을 통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 상품, 개인채권 트렌치, 아파트담보 및 동산담보 대출상품 등의 고수익 상품에 투자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상품들은 전문가조차 감독하기 어렵고, 또한 공유지의 비극처럼 소액투자를 한 개인들이 제대로 감시할 동기가 없다.

이를 반영하듯 상품 출시 이후 연체율이 계속 높아지고 있다.
이런 문제는 경기가 침체되면 더욱 뚜렷해질 것이고, 위축된 경제와 함께 개인투자자들은 투자손실의 이중고를 겪게 된다. 또 거시적 관점에서 보면 P2P 시장은 그림자금융 시장을 더 확대해 금융시스템 위험을 높이는 등의 부작용을 발생시킬 수 있다.


금융당국은 공유경제로 포장된 금융서비스의 본질을 살피고 합리적 규제와 교육을 통해 개인의 투자손실을 최소화하고, 체계적 위험을 적절히 관리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김동현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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