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학생, 오디오 끄고 라면 먹지"… 울고웃는 대학 온라인강의

윤홍집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3.17 17:45

수정 2020.03.17 20:32

대학 '온라인 강의' 이색풍경
'서버다운 막는다'며 5부제 강의
영상과제 내니 "수강 안할래요"
학생 꾸짖는 엄마 목소리에 웃음
"교수님 사랑해요" 후기 댓글도
코로나19의 확산에 대응하기 위해 국내 일부 대학교가 온라인 강의를 시작한 지난 16일 서울의 한 대학 강의실에서 교수와 조교들이 학생에게 제공할 강의를 미리 녹화하고 있다. 사진=김범석 기자
코로나19의 확산에 대응하기 위해 국내 일부 대학교가 온라인 강의를 시작한 지난 16일 서울의 한 대학 강의실에서 교수와 조교들이 학생에게 제공할 강의를 미리 녹화하고 있다. 사진=김범석 기자
코로나19 여파로 개강을 연기했던 대학들이 사이버 강의를 시작한 가운데 일부 대학은 강의 5부제를 시행하고, 영상과제를 내는 등 이색 풍경이 빚어지고 있다.

■서버 다운 막기 위해 '강의 5부제'

17일 대학가에 따르면 지난 16일 서울대·고려대·중앙대·국민대 등에서는 수업을 듣기 위해 수천명의 학생들이 동시에 접속하면서 학교 서버가 일시적으로 다운되는 일이 벌어졌다.

고려대 이지러닝지원팀은 "과부하로 서버가 다운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며 "안정적인 접속이 가능한 유선 인터넷이 있는 곳에서 접속해 수업을 수강해 주시고 여러 기기에서 동시에 로그인을 시도하는 것을 지양해 주시길 바란다"고 안내했다.

국민대 홈페이지에도 "서버 긴급 점검으로 동영상 업로드 및 시청 서비스가 잠시 중단된다"는 공지가 올라왔다.


서버가 다운되는 것을 막기 위해 학생들에게 '강의 5부제'를 학교도 등장했다. 명지대는 단과별로 요일을 나눠서 특정일에 집중적으로 강의를 듣도록 요청하고 있다. 명지대 관계자는 "서버를 9000개까지 만들어놨는데 강의 대상자가 9200명 정도 된다"라며 "동시에 접속하면 다운될 수 있기 때문에 학생들에게 강의 5부제를 권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서버가 한번 터지면 복구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며 "5부제를 강제하진 않고 권고하는 수준인데, 학생들이 잘 지켜준 덕분에 서버가 다운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교수도 웃어버린 강의

사이버강의가 진행되면서 대면 강의에서는 볼 수 없었던 이색적인 풍경도 연출됐다.

경남 한 대학교 강의에선 첫 수업 과제로 1분 분량의 '스마트폰 자기소개 영상'을 학생에게 제출하라고 안내했다.

안내문 하단에는 "스마트폰으로 1분 짜리 자기소개 영상을 찍어 업로드하라"며 "친구들의 동영상을 시청하고 추천 및 댓글을 달아달라"고 적혀있다. 영상과제 소식을 온라인에 알린 학생들은 "과제하기 창피해서 수강정정해야겠다"며 웃음 섞인 불만을 토로했다.

경북의 한 공대 강의에서는 교수가 학교 수업 플랫폼이 아닌 유튜브를 통해 강의해 50명 상당의 수업에 800명의 시청자가 몰리기도 했다. 해당 강의에는 "교수님 사랑해요" "교수님, 구독·좋아요 멘트 부탁드립니다"라는 댓글이 이어졌다.


서울 주요 대학 익명 커뮤니티에는 웃지 못할 사이버강의 후기가 연달아 올라오기도 했다.

한 학생은 사이버강의를 캡처해 수업 내용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불평하는 한편, 학생의 마이크에 꾸지람하는 엄마의 목소리가 들어가서 해당 수업 교수와 학생들이 모두 듣게 됐다는 사연도 있었다.


또 사이버강의를 들으면서 라면을 먹는 학생에게 교수가 웃으며 "오디오 끄고 먹으라"고 말하는 등 후기가 이어지고 있다.banaffle@fnnews.com 윤홍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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