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美 CP까지 사는데 국내 단기자금시장은? 이상징후없지만 불안불안

뉴스1

입력 2020.03.18 18:03

수정 2020.03.18 18:03

(한국투자증권 제공)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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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전민 기자 =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자금경색 우려가 커지고 있는 단기금융시장에 긴급처방을 내린 가운데 국내 단기금융시장에선 아직 이상징후가 포착되지는 않고 있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안심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날 기업어음(CP) 91일물 금리는 연 1.37%로 마감했다. 이는 올해초(1.68%) 보다 31bp(1bp=0.01%) 내린 수준이다. 전날에는 1.36%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치(0.75%)로 내리면서 CP 금리도 함께 하락한 것이다.
이외에도 단기금리인 양도성예금증서(CD) 91일물 금리도 연초 1.46%에서 1.02%로 44bp 하락했으며, 1일물 콜금리도 기준금리 인하 영향으로 0.76%까지 내렸다.

반면 미국의 금융시장에서는 최근 CP 금리가 급격한 상승세를 보였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최근 미국 비금융기관의 CP 90일물 금리와 OIS 금리(overnight index swap rate) 차이(스프레드)는 100bp 수준을 넘나들었다. 이는 2008년 금융위기 발생 이후 최대 수준이다. OIS 금리는 미국 금융기관간에 거래되는 하루짜리 단기금리로 우리나라의 콜금리와 같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CP 금리가 오른 이유는 명확하다. 2008년처럼 시장이 흔들리니 자산 현금화에 대한 욕구가 강해질 수밖에 없다"면서 "머니마켓펀드(MMF)가 CP를 매도하면서 금리 상승을 이끌었다"고 분석했다. 이어 "만약 CP 시장이 안정화되지 않으면 기업은 단기 자금 융통에 어려움을 겪고, 충격은 고스란히 다른 기업으로 전이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연준이 신용경색을 완화하기 위해 긴급 처방에 나선 것이다. 연준은 전날(현지시간) 지난 2008년 처음 사용된 CP매입기구(CPFF) 설치를 통해 기업으로부터 단기 회사채를 직접 매입한다고 밝혔다. 연준은 2008년 금융위기 당시에도 CPFF를 운영해 CP 시장을 안정화한 바 있다. 연준은 성명에서 "CPFF가 기업어음 발행업체들로부터 무담보 및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을 직접 구매하는 특수 장치를 통해 유동성을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단기금융시장에서 이상징후는 별로 없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 결코 안심할 수 없다.

신동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단기금융시장 경색 조짐은 콜시장이 출렁이거나 CD·CP금리가 급등하는 모습에서 볼 수 있는데 현재까지 그런 조짐은 없다"면서 "은행권에서의 지급준비도 잉여로 유지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사태가 장기화되고 기업이 도산하거나 CP에서 손실이 발생하고 금리가 급등하는 등의 현상이 발생하면 단기금융시장도 출렁일 수 있지만 아직까지 그런 우려는 보이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회사채 발행시장에서는 심상치 않은 조짐이 나오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공포로 지난주 채권시장도 크게 흔들리면서 회사채 발행시장의 냉각조짐이 일부 감지됐다. 지난 13일 수요예측을 진행한 하나은행의 10년 만기 후순위 채권(AA)은 3000억원 모집에 2700억원이 참여해 약 300억원 규모의 미달이 발생했다.

같은날 수요예측을 진행한 키움캐피탈(BBB)도 500억원의 수요예측을 진행했으나 모집액은 170억원에 그쳐 절반 이상의 미매각이 발생했다. 전날 진행된 포스파워(AA-) 수요예측에서도 500억원 모집에 400억원이 참여해 100억원 가량의 미달이 발생했다.

현재까지 3월 중 수요예측 기업은 없어 회사채 발행시장의 미매각 우려가 당장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3월은 결산실적 발표와 주주총회 등으로 전통적으로 회사채 발행시장의 비수기다. 그러나 4월에도 금융시장 변동성이 계속된다면 기업들의 자금조달도 차질을 빚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은기 삼성증권 연구원은 "지난 13일 주가 급락과 금리, 환율 급등 등 금융시장 패닉으로 인해 회사채 수요예측도 크게 영향을 받은 것으로 파악된다"면서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지속된다면 회사채 발행시장도 미매각 발생 등 부정적인 영향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나, 3월 발행 물량이 거의 없다는 점에서 발행시장에서 미매각물에 대한 우려감은 크지 않을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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