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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에서] 코로나가 가속시킨 쇼핑혁명

조윤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3.19 18:15

수정 2020.03.19 18:15

[여의도에서] 코로나가 가속시킨 쇼핑혁명
"변화는 시작됐다. 그것을 경험한 사람은 절대 뒤로 돌아가지 않는다."

코로나19 이후 소비의 주도권은 온라인이 차지할까. 최근 유통가에서 가장 관심이 높은 화두다.

올해가 유통시장 격변의 해가 될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지만 변화가 이런 식으로 다가올지는 몰랐다. 최근 유통업계 관계자들이 하나같이 털어놓는 말이다.

기술의 발달은 사회 변화를 이끈다.
그런 의미에서 오프라인의 침체와 온라인으로의 전환은 유통업계에 피할 수 없는 흐름이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코로나19라는 돌발변수는 이런 흐름을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가속화했다.

감염에 대한 공포로 '언택트'(비대면) 쇼핑으로 소비자가 몰리자 오프라인 플랫폼은 사상 최악의 봄을 맞은 반면, e커머스는 폭주하는 주문에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다.

통계청의 온라인쇼핑 동향 결과에 따르면 지난 1월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6% 증가한 12조3906억원을 기록했다. 이 중에서도 모바일쇼핑은 21.4%까지 비중이 늘며 전체 온라인쇼핑 중 66.8%까지 성장했다. 국내 확진자 수가 빠르게 늘어난 2월, 3월에는 증가세가 훨씬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공포가 극에 달했던 2월 인터넷쇼핑 결제액은 지난 1월보다 늘었다. 보통 2월은 유통가의 전통적 비수기라는 점에서 코로나19의 영향력을 실감케 한다. 그중에서도 쿠팡의 선전은 독보적이다. 와이즈앱의 '2월 주요 소매시장 결제 동향'을 보면 쿠팡의 2월 결제 추정액은 1조6300억원으로 1월 대비 1900억원(13%)이 늘었다. 이베이코리아는 1조4400억원으로 1월(1조2600억원)보다 14%, 11번가는 7300억원에서 8200억원으로 12% 신장했다. 즉 이 세 곳만 따져봐도 한 달 동안 4600억원이 더 팔린 셈이다.

반면 마트와 백화점, 면세점 같은 오프라인 플랫폼의 지난 1, 2월 성적표는 참담하다. 지금까지 마트, 백화점, 호텔, 면세점 등 휴업한 곳만 수십곳으로 피해액은 수천억원대에 달한다. 국내 유통가의 '심장'으로 꼽히는 롯데백화점 본점과 신세계백화점 강남점도 악재를 피하지 못했다. 관광객이 끊긴 면세점은 어떤가. 2월 기준으로 전년 대비 40% 손실을 기록했다. 인적 끊긴 김포공항에 위치한 롯데면세점은 아예 무기한 문을 닫았다.

그렇다면 코로나19가 잠잠해진 이후는 어떨까. 온라인의 약진과 오프라인의 부진은 일시적 상황으로 마무리될까. 안타깝게도 그렇지 않다는 것이 중론이다.

소비의 패러다임은 이미 온라인으로 옮겨갔다. 감염 공포로 대문 밖을 나서지 못하는 상황에서 쿠팡과 SSG닷컴으로 생필품과 먹거리를 조달한 경험은 20~30대를 넘어 중장년층까지 e커머스의 경험치를 쌓게 했다.

밤늦게 집안일을 마치고 잠자리에 누워 터치 몇 번에 주문이 끝나고, 다음 날 아침이면 내가 주문한 물건이 문 앞에 배송돼 있는 편리함을 맛본 소비자가 과연 옷을 갖춰 입고, 운전하거나 걸어서 물건을 사러 가야 하는 불편함을 감수할 것인가. 업계는 조심스럽게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고 진단한다.

변화는 언제나 있었다.
이제 남은 것은 이 변화에 발맞춘 체질개선이다. 시장 변곡점에서 머뭇거리는 순간 도태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그러기 위해 과감한 투자는 물론이고, 틀을 깨는 상상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yjjoe@fnnews.com 조윤주 생활경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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