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금융시장 돈맥경화 차단 48조 돈풀기 약발 먹힐까…대기업도 포함

뉴스1

입력 2020.03.24 15:18

수정 2020.03.24 18:06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코로나19 관련 금융시장 안정화 방안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2020.3.24/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코로나19 관련 금융시장 안정화 방안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2020.3.24/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코로나19 관련 금융시장 안정화 방안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2020.3.24/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코로나19 관련 금융시장 안정화 방안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2020.3.24/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서울=뉴스1) 박응진 기자,전민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국내 증시가 폭락하고 회사채·단기자금시장에서 돈가뭄(신용경색) 징후가 나타나자 정부가 금융시장에 48조5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풀기로 했다.

특히 채권시장안정펀드 조성 규모는 금융위기 당시의 두배인 20조원으로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었다.
또 자금난을 겪는 대기업까지 지원하기 위해 회사채 신속인수제 카드도 꺼내들었다.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P-CBO) 발행, 회사채 신속인수제도 시행, 산업은행의 회사채 차환발행 지원 등에 총 10조8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투입한다. 증권사에 대한 유동성 지원 확대에 5조원이 쓰이는 등 기업어음(CP)을 포함한 단기자금시장 안정에는 7조원이 활용된다. 이와 함께 10조7000억원 규모의 증권시장안정펀드(이하 증안펀드)가 조성된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시의적절한 대책이라고 평가했다. 김일구 한화투자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금융시장을 안정시키고 기업들의 부도를 최소화하기 위한 부분에 많은 기여를 하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최석원 SK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증안펀드가 규모 상 우리나라 주식 시장을 끌어올리지는 못하겠지만, 의미있는 것은 여기부터 더 이상 하락하는 것은 막히는 느낌을 투자자가 받는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불안한 4월 회사채 시장부터 CP·여전채 신용경색 조짐까지

24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2월 말까지 만기인 회사채 총 50조8727억원 중 4월에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는 총 6조5495억원이다. 이를 4~6월(2분기)로 확대해 보면 14조7475억원 규모에 이른다. 보통 만기가 도래하면 새로운 회사채를 발행해 만기 회사채를 갚는 차환 방식을 쓴다. 그런데 코로나19 사태로 회사채 시장에 이상 징후가 나타나면서 재무구조가 취약한 기업이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코로나19발 신용경색 조짐으로 회사채와 CP 시장은 긴장 상태다. 지난 23일 기준 신용등급 'AA-' 회사채 3년물 금리에서 국고채 3년물 금리를 뺀 신용 스프레드는 85.7bp로 전날(83.8bp)보다 1.9bp 더 커졌다. 스프레드 확대는 국채에 비해 상대적으로 위험한 회사채가 시장에서 외면받아, 기업들의 자금조달 여건도 악화되고 있다는 의미다. CP(91일물) 금리는 23일 기준 전날보다 9bp 올라 1.55%를 기록했다. 한국은행의 50bp 기준금리 인하 직후 1.53%에서 1.36%까지 하락했으나, 지난 19일(1.41%)과 20일(1.46%) 급등세를 보인데 이어, 전날도 9bp나 치솟으며 금리인하 이전 수준으로 돌아갔다.

또한 OK캐피털과 한국투자캐피털 등 캐피털사들은 여신전문금융채권(여전채) 발행을 통한 자금조달이 어려워지면서 신규대출을 최소화하기 시작했다. 중·저신용자 고객이 많은 캐피털사 특성상 코로나19 사태로 부실 대출자산이 급격히 늘어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투자자들도 이런 이유로 여전채 투자를 꺼리고 있다. 23일 기준 여전채 3년물(무보증 AA) 금리는 연 1.617%다. 한은이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한 지난 16일 연 1.440%보다 0.177%포인트 올랐다. 캐피털사 입장에서 자금조달을 위한 비용 부담이 늘어난 것이다.

증권사들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ELS(주가연계증권) 자체 헤지거래(위험회피)와 관련해 글로벌 증시 폭락에 따른 달러 증거금 마진콜(더 내라는 요구)로 비상이 걸린 것이다. 일부 대형 증권사가 단기자금시장에서 대규모 긴급 자금을 마련하느라 CP 금리가 급등하는 등 단기자금시장의 불안심리가 가시지 않고 있다. 증권사들은 자금조달에 문제가 생기자 최근 금융당국에 SOS 신호를 보내기도 했다.

국내 증시도 코로나19로 타격을 받고 있다. 종가 기준 코스피는 지난 9일 2000선을 내준 이후 낙폭을 키워 1450선까지 떨어졌고, 급락장이 어이지는 과정에서 서킷브레이커와 사이드카가 빈번하게 발동됐다. 코스닥은 지난 19일 종가 기준으로 420선까지 밀렸었다.

◇채안펀드 20조, P-CBO 6.7조, 신속인수제 2.2조, 증안펀드 10.7조

정부는 일단 채안펀드를 20조원 규모로 조성하기로 했다. 채안펀드는 회사채 시장 등의 경색으로 일시적인 자금난을 겪는 기업들의 유동성을 지원하고, 국고채와 회사채의 과도한 스프레드 차이를 해소하기 위한 펀드다. 지난 2008년 10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10조원 규모로 조성됐다. 채안펀드는 금융권 내부절차를 거쳐 4월 초부터 본격적으로 회사채, 우량기업CP, 금융채 등에 대한 매입에 나설 예정이다. 한은은 채안펀드 참여 금융기관에 출자액의 50% 수준의 유동성을 공급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채안펀드의 물주는 한은인 셈이다.

정부는 또 원활한 회사채 발행을 위해 총 4조1000억원 규모로 정책금융 지원에 나선다. 일단 3년 간 6조7000억원 규모로 P-CBO를 발행하기로 한 상태다. P-CBO는 낮은 신용도로 회사채를 발행하기 힘든 기업의 회사채 차환 발행 또는 신규 발행을 지원하는 제도다. 정부는 지난 2000년과 2003년 자금난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의 회사채 발행을 돕기 위해 이를 발행했다.

회사채 신속인수제도도 7년 만에 부활한다. 이 제도는 만기가 도래한 회사채를 상환하기 위해 기업이 사모 방식으로 또 다른 회사채를 발행하면 이를 산업은행이 인수해주는 것을 말한다. 기업이 만기도래액의 20%를 자체상환하고, 80%는 산은이 인수하게 된다. 이 제도는 외환위기 시기인 2001년 6개 기업(하이닉스·현대건설·현대상선·현대유화·쌍용양회, 성신양회)을 대상으로 1년 간 약 3조원 규모로 처음 시행됐다. 2013년에는 건설·조선·해운·철강 등 경기취약 업종의 한계기업에 모두 6조원 가량이 투입됐다.

이번에는 최대 2조2000억원이 지원되며, 회사채 차환에 어려움을 겪는 중견기업과 대기업을 대상이다. 코로나19로 타격을 받은 항공, 관광, 유통 등 업종이 지원 대상이 될 수 있다. 다만 산업은행이 특정 기업의 회사채를 인수해주기 때문에 특례 논란을 낳을 수도 있다. 올해 4월 회사채 만기가 돌아오는 기업 중에는 코로나19로 여객 수가 급감해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대한항공(2400억원)을 비롯해 롯데칠성음료(2200억원), 한일홀딩스(1500억원), 만도(1500억원), 하이트진로(1430억원), CJ대한통운(1200억원), 호텔롯데(1200억원), 현대건설(1000억원) 등이 있다.

이밖에도 산은은 1조9000억원 규모로 회사채 등급 A이상 또는 코로나19 피해로 등급이 하락한 기업의 회사채 차환발행분 등을 직접매입할 계획이다.

CP 등 단기자금시장 안정을 위해서는 7조원이 투입된다. 달러 마진콜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증권사 등을 대상으로 2조5000억원의 유동성 공급이 이뤄진다.
한은은 유동성 공급을 위해 환매조건부채권(RP) 대상 증권사를 현행 5개사에서 16개사로 확대하고, PR매수에 2조5000억원을 공급하기로 했다.

급락한 주식시장의 수요기반 확충을 위해서는 10조7000억원 규모로 증권시장안정펀드가 조성된다.
이 펀드는 4월 초 증권시장 전체를 대표하는 KOSPI200 등 지수상품에 투자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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