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나루]

섬김의 리더십

먹방에서 일하는 변호사들이 적지 않다. 여기서 먹방이란 맛집을 소개하는 방송이 아니다. 변호사들이 근무하는 창문 없는 골방을 일컫는 말이다. 일반적으로 연차가 낮은 소속 변호사에게 배정된다. 환기가 안되는 것은 물론이고 햇빛조차 들지 않는다. 젊은 변호사가 근무하는 먹방을 보면 가슴이 짠하다. 어쩌다 변호사들이 이렇게 힘든 환경 속에서 근무하게 됐는지 안타깝다.

최근 한 변호사의 먹방을 보고 깊은 감동을 받았다. 법무법인 태평양의 김성진 대표변호사 방이다. 국내 빅3로 꼽히는 대형 로펌 대표변호사의 방이 먹방이라니. 감동을 넘어 충격이었다. 역삼동 대한변호사협회 맞은편에 있던 태평양이 지난 3월 16일 종로로 이전했다. 공공기관이나 대기업 등 강북에 많이 위치한 주요 의뢰인들의 편리한 접근성을 배려한 것으로 보인다.

평소 같으면 다양한 이전 축하행사가 있었겠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생략됐다. 공식 행사는 없을지라도 협회장으로서 이전을 축하하기 위해 방문했다. 혹시 방문이 어려울지 모른다는 우려도 있었지만 대표변호사와 고문들까지 나오셔서 환영해 주었다. 각종 회의실과 교육장소 등을 둘러본 후 변호사들이 근무하는 공간을 방문하면서 대표변호사 방을 구경했는데 먹방이었던 것이다.

현재 대표변호사부터 제일 연차가 낮은 소속 변호사까지 같은 면적의 방을 배정하는 법률사무소가 많아졌다. 여기서 더 나아가 법무법인 율촌은 2017년에 사무실을 이전하면서 우창록 대표변호사를 비롯한 고참 변호사들이 자발적으로 먹방을 선택했다고 한다. 말로만 듣던 대표변호사의 먹방을 직접 본 것은 처음이다. 대표변호사들이 스스로를 낮추며 섬김의 리더십을 몸소 실천하는 모습이 감동적이다.

섬김의 리더십은 이해와 겸손을 바탕으로 이뤄진다. 아랫사람을 이해하면 그들의 어려움이 보인다. 그러면 조금이라도 베풀고 섬기고자 하는 마음이 든다. 같은 눈높이에서 바라보고, 같은 자리에서 생각하는 리더의 겸손은 구성원의 신뢰와 존경을 받게 된다. 리더를 신뢰하고 존경하는 조직이 발전하지 않을 수 없다.

엄격한 장수보다 부하의 피고름을 입으로 짜내주는 장수 밑에 있는 아들의 소식을 듣고 어머니가 울었다고 한다. 섬김의 리더십을 보이는 그런 장수 밑에서 아들은 그 아버지처럼 목숨을 걸고 맨 앞에서 싸우다가 죽을 것이기 때문이다. 중국 춘추전국시대 오기라는 장군의 일화다. 리더십은 원래 아랫사람을 눌러서 자기가 높아 보이는 것이 아니다. 아랫사람을 자신보다 높여서 조직 전체의 위상을 올리는 것이다.

제21대 총선이 눈앞에 다가왔다. 모두 리더가 되고 싶어한다. 선거는 국민이 리더를 뽑는 유일한 기회다. 반드시 섬김의 리더십을 실천하는 대표자를 뽑아야 한다. 개인의 이해관계 때문에 원칙을 왜곡하는 후보, 교언영색(巧言令色)으로 자신의 인기만 추구하는 후보, 자신이 한 말조차 손바닥 뒤집듯 하는 후보를 잡초처럼 뽑아내야 한다.

국민은 선거일에만 주인이 아니다. 섬김의 리더십이 체화된 대표들로부터 끊임없이 봉사받아야 할 주권자다.
국민이 권력을 위임하는 취지는 권력의 달콤함에 취하라는 것이 아니다. 국민을 섬기고, 국가를 위해 헌신하라는 것이다. 법무법인 대표변호사들이 실천하는 섬김의 리더십을 제21대 총선에 임하는 후보들이 명심하기 바란다.

이찬희 대한변호사협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