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

신촌 상가 10곳중 1곳은 '텅텅'.."가게 열수록 손해…더는 못버텨"

코로나로 손님 사라진 서울 상권
하루종일 북적이던 명동 '썰렁'
한달 넘게 휴업중인 가게 수두룩
권리금 없는 상가도 등장했지만
공실률은 점점 늘어나는 상황
서울 평균 8%… 신촌은 11.6%

코로나19 확산으로 상가를 찾는 발길이 끊기자 서울의 대표적 상권들이 패닉 상태에 빠졌다. 24일 찾은 대학가 대표 상권인 신촌에서는 유학생마저 줄어들며 공실이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사진=김범석 기자
"외국인 없는 명동을 상상이나 했겠습니까? 하나둘 장사를 접고 있어서 이제는 문 열어놓고 정상적 영업 하는 가게를 찾는 게 더 힘들 지경입니다."

서울 명동 중심가에서 한식집을 운영하는 임모씨(54)는 지난달 16명이나 되던 직원을 2명으로 줄였다. 여행사에서 잡아줬던 단체예약은 6개월치가 통째로 취소됐다. 하루 평균 700만원이던 매출은 50만원까지 떨어지며 약 93%가 사라졌다. 코로나19로 인해 명동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의 발길이 끊긴 탓이다. 이런 상황이 두 달째 이어지고 있다는 게 임씨의 설명이다.

서울 상가시장이 코로나19 직격탄을 맞고 있다. 문 앞에 '휴무중'을 붙여놓거나 울며 겨자먹기로 장사를 포기하는 소상공인이 늘고 있는 것. 상가 공실이 일상화되자 권리금도 사라졌다. 기한 없는 악재에 사람들로 북적여야 할 상권이 '초비상' 사태를 맞은 것이다.

24일 찾은 서울 명동 일대, '서울 여행 필수코스'라는 명성은 사라진 지 오래였다. 가게 앞에서 마이크를 붙잡고 외국어로 판촉하던 직원도 찾아볼 수 없었다. 외국인 관광객에게 길을 안내해주는 봉사자들은 인적 드문 골목에서 썰렁하게 서 있기만 했다.

외국어봉사자 김모씨(21)는 "코로나19가 터지기 전에는 길거리에서 온통 외국어만 들렸는데 지금 명동에는 외국인이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면서 "관광객이 없으니까 한 달도 넘게 문을 안 여는 가게들도 수두룩하다"고 설명했다.

내국인마저 사람 많은 곳을 피하면서 영업 피크타임인 저녁시간대가 돼도 손님이 없는 건 마찬가지라고 인근 상인들은 말했다. 코로나19가 터진 후에는 밤에 문을 열어놓는 게 되레 손해라고 설명했다.

1층 소형 상가에서 토스트를 파는 박모씨(47)는 "원래는 밤 9시가 가장 바쁘고, 거리 바닥이 안 보일 정도로 유동인구도 많았는데 지금은 9시만 되면 이 거리 상인들 모두 문을 걸어잠그고 집에 들어가고 있다"면서 "주말에도 장사가 안되니 아예 가게를 접어야 할까 고민하는 주변 상인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직장인 밀집지역인 종각 '젊음의 거리'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정부의 사회적 거리 두기가 강화된 이후 내국인 사이에서 외식 자체를 자제하는 문화가 늘어난 탓이다.

종각에서 일식집을 하는 최모씨(39)는 "사회적 거리 두기 때문에 정부에서 2명 이상 모이지 말라고 하는데 다들 배달을 시켜 먹지 누가 사람 모이는 곳까지 나와서 식사를 하겠느냐"면서 "저녁 회식도 안하고 있어서 밤에는 장사를 거의 포기한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이 이어지자 코로나19 영향권에 든 서울 상권의 월평균 유동인구는 모두 급격하게 감소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 명동의 일평균 유동인구는 6만431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9만4626명) 대비 32% 줄었다. 외국인 관광객과 유학생이 많은 신촌 상권의 2020년 1월 일평균 유동인구도 전년(7만4891명) 대비 38.8% 감소한 4만5776명에 그쳤다.

공실률도 치솟고 있다. 한국감정원 부동산 통계정보에 따르면 지난해 4·4분기 서울 전체 상권의 공실률은 8.0%로 지난 2006년(8.3%) 이후 가장 높았다. 그중 명동은 공실률이 8.9%로 2015년 4·4분기(10.4%)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신촌의 공실률은 11.6%를 기록,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2년 이후 가장 높았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악재로 올 1·4분기 상가시장 상황이 더 악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조현택 상가정보연구소 연구원은 "내수경기 침체와 코로나19가 겹쳐 오프라인 상가 경기가 급속하게 떨어지고 있다"면서 "별다른 변수가 없는 한 상가시장의 침체된 분위기는 이어질 것이다. 코로나19가 안정기로 들어서도 호재가 보이지 않아 반등할 여력이 부족해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