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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스트리트] 디지털성범죄

노주석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3.25 16:56

수정 2020.03.25 16:56

디지털성범죄란 카메라 등의 매체를 이용해 상대의 동의 없이 신체를 촬영한 뒤 유포·유포 협박·저장·전시하거나 사이버 공간·미디어·SNS 등에서 발생하는 성적 괴롭힘을 의미한다고 여성가족부가 펴낸 중학생 대상 디지털성범죄 예방교육 교재에 적혀 있다. 디지털 지인 능욕은 셀카 등 일상 사진을 타인의 나체와 합성해 게시하거나, 성적 사진과 합성을 전문적으로 해주는 SNS 계정에 올리는 방식이라고 기술돼 있다. 교사용 수업 지도안에서 디지털그루밍은 남성 우위의 젠더 위계를 기반으로 한 성범죄라고 가르치도록 안내한다. 젠더폭력이 성차별, 가정폭력, 데이트폭력, 디지털성범죄 형태로 나타난다고 교육한다.

'n번방' 사건은 텔레그램을 비롯한 해외 메신저가 온상이다. 해외에 서버를 둔 플랫폼을 우리 정부가 조사할 수 없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이전에는 텀블러가 주무대였으나 음란콘텐츠를 불허하자 2019년부터 텔레그램으로 갈아탔다. 텔레그램으로 수사망이 좁혀지자 이제 디스코드 등 다른 해외 메신저로 디지털 이민을 떠나는 중이다.

법원과 수사기관의 솜방망이 처벌이 낳은 악순환이다. 처벌법을 만들어달라는 국민의 목소리가 빗발치자 정치인과 관료는 시늉만 했다. 지난 3일 국회 법사위 법안심사 제1소위원회의 회의록을 들여다보면 한마디로 가관이다. 김인겸 법원행정처 차장은 "소위 'n번방 사건'이라는, 저도 잘은 모르는데요" "(딥페이크는) 자기는 예술작품이라고 생각하고 만들 수도 있거든요"라고 했다. 김오수 법무부 차관은 "청소년이나 자라나는 사람들은 자기 컴퓨터에 그런 짓 자주 한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송기헌 의원은 "나 혼자 스스로 그림을 그린다고 생각하는 것까지 처벌할 수는 없잖아요"라고 했다. 미래통합당 정점식 의원은 "내가 자기만족을 위해서 이런 영상을 가지고 나 혼자 즐긴다 이것까지 (처벌이) 갈 거냐"고 했다.
중학생 대상 교재만도 못한 수준 이하의 정치인과 행정관료, 사법부와 수사기관이 청소년의 영혼을 파괴하는 데 공조했다.

joo@fnnews.com 노주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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