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번방' 사건은 텔레그램을 비롯한 해외 메신저가 온상이다. 해외에 서버를 둔 플랫폼을 우리 정부가 조사할 수 없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이전에는 텀블러가 주무대였으나 음란콘텐츠를 불허하자 2019년부터 텔레그램으로 갈아탔다. 텔레그램으로 수사망이 좁혀지자 이제 디스코드 등 다른 해외 메신저로 디지털 이민을 떠나는 중이다.
법원과 수사기관의 솜방망이 처벌이 낳은 악순환이다. 처벌법을 만들어달라는 국민의 목소리가 빗발치자 정치인과 관료는 시늉만 했다. 지난 3일 국회 법사위 법안심사 제1소위원회의 회의록을 들여다보면 한마디로 가관이다. 김인겸 법원행정처 차장은 "소위 'n번방 사건'이라는, 저도 잘은 모르는데요" "(딥페이크는) 자기는 예술작품이라고 생각하고 만들 수도 있거든요"라고 했다. 김오수 법무부 차관은 "청소년이나 자라나는 사람들은 자기 컴퓨터에 그런 짓 자주 한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송기헌 의원은 "나 혼자 스스로 그림을 그린다고 생각하는 것까지 처벌할 수는 없잖아요"라고 했다. 미래통합당 정점식 의원은 "내가 자기만족을 위해서 이런 영상을 가지고 나 혼자 즐긴다 이것까지 (처벌이) 갈 거냐"고 했다. 중학생 대상 교재만도 못한 수준 이하의 정치인과 행정관료, 사법부와 수사기관이 청소년의 영혼을 파괴하는 데 공조했다.
joo@fnnews.com 노주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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