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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논단]코로나19 위기와 글로벌 가치사슬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3.26 16:39

수정 2020.03.26 16:39

[fn논단]코로나19 위기와 글로벌 가치사슬
코로나19 전 세계 확진자 수가 계속해서 늘고 있다. 최근 감염자 수는 44만명을 넘어섰고, 사망자수는 2만명에 육박하며 인도 13억명 전체를 포함한 전 세계 27억명에게 외출금지령이 내려졌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009년 세계 금융위기 이상의 심대한 글로벌 경제피해를 경고하며 당시보다 훨씬 큰 비용과 전례 없는 대응을 전 세계 국가에 요구하고 있다.

감염병으로 인한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최선의 방책은 치료제와 백신 개발을 통해 감염에 대한 공포와 불확실성을 근본적으로 제거하고, 경제활동과 일상생활을 정상으로 되돌리는 것이다. 단 치료제나 백신 개발에 성공하기 전까지는 개인 위생과 섭생에 유의하면서 병의 확산을 철저히 통제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일 수밖에 없다.

코로나19가 진정된 후에는 IMF가 예측한 것처럼 경제위축에 기인한 국내외 경기침체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한국 경제는 해외시장 의존도가 높고, 글로벌 가치사슬과 세계 공급망에 긴밀히 연결돼 있으므로 전 세계에 닥친 이번 위기를 큰 손실 없이 피해갈 수 있으리라 기대하기 어렵다. 국내외 기업 간 복잡하게 연결된 가치사슬은 충격을 증폭, 국경 너머로 전파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어떤 위기에도 당면 충격을 최소화하고 기회요인을 최대한 찾아 실현하고자 노력해야 한다.

단기대응으로는 국내 취약업종, 기업, 자영업의 유동성 위기를 완화하기 위한 지원이 가장 시급하다. 이는 매출 감소, 생산 축소, 이윤 하락, 금융 파산, 폐업으로 이어지는 기업 도산경로와 그로 인한 일자리 소멸, 실물부문의 위기 확산을 차단하기 위함이다. 지난주 국회를 통과한 추경 11조7000억원에는 5조6000억원의 중소기업 대상 지출이 포함됐고, 이번 주 비상경제회의에서는 경영자금, 보증, 정책금융 대출, 채권시장안정펀드 등을 포괄하는 100조원 규모의 기업구호 긴급자금 투입계획이 발표됐다. 관건은 시장기능이 저하된 비상시기에 지원자금이 적시에 지원대상에게 전달돼 기대한 만큼 효과를 달성할 수 있을지 여부다.

한편 대외거래와 글로벌 가치사슬로 눈을 돌리면 전술한 것처럼 가치사슬을 통해 세계경제에 연결된 한국경제는 대외충격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그러나 코로나19 발생 시점과 이후 확산 속도가 국가별로 확연한 차이를 나타내는 점과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진정 조짐을 보이는 점은 향후 한국 산업이 글로벌 가치사슬에서 얻을 수 있는 새로운 잠재적 기회요인이 존재함을 시사한다(존스홉킨스대 코로나센터에 따르면 세계 GDP의 94%를 차지하는 주요국 50곳 중 확진자 증가세가 유의하게 둔화된 국가는 오직 한국과 중국뿐이다). 즉 코로나19로 인해 가치사슬상에서 신뢰할 수 있는 거래 상대에 대한 수요와 보상이 높아진 때 한국 기업은 글로벌 시장다각화와 신시장 창출을 선도할 기회를 잡을 수 있다.


또한 코로나19로 인한 글로벌 가치사슬과 공급망 리스크 관리에 대한 인식 강화는 실제 공급망 전환이 본격화되는 시점에 글로벌 핵심기업을 국내에 유치하는 좋은 투자기회로 활용 가능하다. 안정적 거래 가능성은 핵심기업의 투자결정 과정에 매우 중요한 고려사항으로 부각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기회의 실현은 국내 코로나19 조기종식, 기업활동 환경정비, 국내기업의 혁신투자 지원, 글로벌 핵심기업에 대한 적극적 인센티브 제도 등에 좌우될 전망이다.

김인철 산업연구원 산업정책연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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