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마스크 대란과 언론의 역할

지난 두 달 마스크만 20개 넘게 썼다. 진짜 마스크가 아니라 보도기사 얘기다.

그야말로 마스크 대란이었다. 기자에게도 그랬다. 모든 언론이 마스크 품절 사태를 주요하게 다뤘고, 적잖은 유통상이 공포로 마케팅을 했다. 확인된 사실과 그렇지 않은 정보가 뒤섞여 떠다녔고, 시민은 물론 전문가도 쉽게 구분하지 못했다. 그럴 때면 언제나 자극적인 쪽이 승리하는 법이다.

정부에선 일찌감치 마스크가 필수품목이 아니라고 강조했지만, 듣는 사람은 없었다. 몇 시간씩 줄을 서 마스크를 사려 했다. 줄을 서는 동안 감염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었지만 당장 쓸 마스크가 없다는 공포보다는 덜했을 게 분명하다.

취재현장에선 무력감이 컸다. 하루 1000만장 넘게 생산해도 국민 5명 중 1명에게도 돌아가지 못하니 구하기 어려운 게 당연한 일이다. 이럴 때면 상황을 제대로 알려 불안감을 해소하는 것이 언론의 의무이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가끔은 스스로도 유혹을 느꼈다.

대부분의 언론이 위기를 강조했다. 중국으로 유출과 품귀현상을 거듭 보도했다. 물론 사실이었다. 많은 마스크가 중국으로 나갔고, 품귀현상도 극심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어느 언론도 도대체 몇 장의 마스크가 어떤 경로로 얼마에 팔려나갔는지엔 관심이 없었다. 관세청 통계를 받아 단순히 수출이 늘었다는 걸 강조하는 식이었다. 수출이 늘어나는 건 당연한 일인데도 그랬다.

그런 보도가 사태 해결에 도움이 되는 것일까. 물론 아니다. 지난 며칠간 중국으로 나간 마스크 수량을 파악해 보도했다. 그 과정에서 만난 공무원들은 취재를 반겼다. 기존 보도에 대한 반감은 상당했다. 취재 결과 실제 유출량은 기존 예측된 것의 절반가량에 불과하다는 것이 파악됐다. 중국으로 유출이 품귀현상의 주요인일 수 없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하지만 여전히 적잖은 시민은 마스크가 중국으로 나가서 구하기 어렵다고 믿는다.
마스크 유출을 이유로 정부를 비난하는 목소리도 잦아들지 않는다. 한번 유통된 정보를 바로잡는 건 몹시 어려운 일이다. 관심이 쏠리는 문제일수록 엄격한 확인과 정확한 보도가 중요한 이유다.

pen@fnnews.com 김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