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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업계 '코로나 쇼크' 심각..분양대행업체 등 '줄도산' 위기 [코로나19 위기의 기업들]

김민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3.26 18:07

수정 2020.03.26 22:38

건설사 견본주택 사이버 운영에
분양대행·이벤트사 등 매출 급감
임금삭감·인력감축·폐업 잇따라
"지방의 경우 건설사들이 한번 견본주택을 열면 사람들이 몰리면서 지역 상권도 돌아가는데 문을 못 열다 보니 경기도 어려워지고 관련 업계도 힘들어하고 있습니다."(분양대행사 관계자)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식당이나 카페, 상점, 항공, 영화관 등 다양한 업종이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부동산 업계 역시 코로나 쇼크로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다. 특히 견본주택이 사이버로 운영되다 보니 그동안 견본주택 오픈 때 일을 하던 분양대행사, 경호업체, 홍보대행사, 이벤트 업체, 행사 도우미, 카페테리아 업체, 전단지, 현수막 업체 등의 매출이 급격히 줄고 있다.

26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최근 건설사들이나 시행사들이 견본주택을 열면서 대부분 홈페이지를 통한 사이버로 운영 중이다. 오프라인 견본주택을 짓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유닛을 최소화하거나 유닛은 넣지 않고 아파트 모형도 등 최소한으로 구성하는 경우도 많다.

A건설사 관계자는 "정부와 지자체에서도 집객 자체를 하지 말라고 권고하고 있기 때문에 계약 전에는 견본주택만 만들어놓고 홍보는 전혀 하지 않는다"면서 "다만 청약에 당첨된 사람들만 계약 전에 안내 등을 위해 시간제로 예약을 하고 견본주택에서 만남을 갖는다"고 전했다.


이처럼 견본주택이 최소한으로 운영되다 보니 이와 관련된 중소업체들도 직격탄을 맞았다. 분양대행사의 경우 단지 하나에 수십명의 상담사를 배치하고 텔레마케팅 등을 통해 수요자들의 계약을 이끌어낸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 이후로 일대일 대면 자체가 어려워지다 보니 전화를 통한 마케팅 이외에는 방법이 없는 상황이다. 이에 3일이던 정당 계약 기간을 10일로 늘려 인건비를 높이는 등 건설사와 협의를 통해 자구책을 마련 중이다.

A분양대행사 대표는 "올해 초에 청약홈으로 청약 기관이 이전하면서 분양이 전부 밀려 3월부터 본격적으로 분양을 할 것으로 기대했는데 건설사들이 또 한 두달 일정을 연기했다"면서 "매출이 10분의 1로 줄어 크게 힘들다"고 전했다.

견본주택에서 행사도우미나 아르바이트를 고용해 이벤트를 진행하는 홍보이벤트 업체들은 문을 닫기 일보 직전이다. 이들 업체들은 견본주택 이외에도 지자체 행사나 기업 행사 자체가 싹 사라졌기 때문에 사실상 기업 운영 자체가 어렵다.

이외에도 경호업체나 견본주택 내부에 설치되는 카페테리아를 운용하는 업체, 전단지 제작 업체, 홍보대행사 등도 매출에 타격을 입었다. 그나마 규모가 큰 업체들은 일단 조금만 버티자는 생각으로 인내하고 있지만 규모가 작은 곳은 하루하루가 힘들어 폐업이나 무급휴가, 월급 삭감, 인력 감축 등을 고민 중이다.

특히 지방의 경우는 건설사들이 견본주택을 오픈하면 지역 축제처럼 다양한 행사와 이벤트를 열어 경품도 증정하고 먹거리 장터도 열면서 사람도 대거 모은다. 인근 식당들도 매출이 크게 늘고, 단기 인력도 대거 고용하면서 지역 경제에도 도움이 크다. 하지만 코로나 쇼크로 견본주택의 문을 열지 못하게 되면서 지역 경제에도 타격이 크다.

문제는 코로나 쇼크가 지나가더라도 단기간에 상황이 나아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점이다.
건설업 특성상 분양단지 1~2곳이 미분양으로 타격을 입으면 자금이 묶여 기업 생존 자체가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그나마 대형건설사들은 홍보가 크게 필요없는 입지가 좋은 곳 위주로 분양을 하고 있지만, 중소건설사들은 생존이 달려 있어 분양 자체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


B건설사 관계자는 "올해 대형 시행사들도 사실상 사업 자체를 다 내년으로 미루고 분양을 안하기로 했다"면서 "코로나 사태 이후로 건설사들이 마케팅 비용을 줄여도 분양이 되는 곳만 하다 보니 코로나가 진정된다고 하더라도 비용을 많이 풀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kmk@fnnews.com 김민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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