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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광풍에 찌그러진 북풍..보수진영 향한 비난 약발없어 [4·15 총선 국민의 선택은]

김병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3.26 18:10

수정 2020.03.26 18:10

1987년 대선때 KAL기 폭파사건
20대 총선 닷새 전 집단탈북 발표
과거 선거에 상당한 변수로 활약
코로나가 정치적 이슈 빨아들여
전문가 "예전같은 파급력 없을 것"
4·15 총선이 임박하면서 과거 선거 때마다 불었던 '북풍'이 다시 불지 주목된다. 북한의 정확한 개입 의도 등은 알 수 없지만, 여야 모두 자당 입장에서 북풍을 자의적으로 유권해석하면서 선거 때마다 핫이슈가 되곤했다. 다만 이번 4·15 총선의 경우 코로나19 사태 국면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정권심판론 등 다른 이슈를 빨아들이고 있어 북풍 변수는 거의 없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北 연일 보수진영 비난

26일 북한 선전매체들은 보수진영 핵심 정치인들에 대한 비난을 연일 쏟아내고 있다. 우리민족끼리는 전날 서울 종로구에 출마한 황교안 미래통합당 후보가 인사하는 사진을 싣고 "주민들은 아침인사를 달가워하지 않는 것은 물론 혐오와 불쾌감을 넘어 분노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여야의 비례정당 행보에 대한 반응은 극명하게 갈렸다.
미래통합당의 비례정당인 미래한국당에 대해선 '권력쟁탈을 위해 위성정당, 불법정당까지 만들어내며 해괴한 추태를 부렸다'(우리민족끼리)고 혹평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의 비례연합정당 참여에 대해선 '보수야당에게 손놓고 당할 수 없다는 절박한 심경이 이 같은 대응을 낳았다'(메아리)고 옹호했다.

서울 강남갑에 출마한 영국주재 북한공사 출신의 태영호 통합당 후보와 미래한국당 비례순번 12번인 탈북인권단체 나우 대표도 원색적인 단어를 동원해가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대표적인 북풍은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후보가 맞붙었던 1987년 대선으로, 막판 북한 공작원 김현희에 의해 대한항공 858기가 폭파되는 'KAL기 폭파사건'이 발생해 투표 전날 김현희가 국내로 압송되며 북풍의 화룡점정을 찍었다.

20대 총선이 치러진 2016년에는 탈북자 기획입국이라는 '북풍'이 불었다. 같은 해 4월 중국 저장성 북한 식당에서 일하던 종업원 12명이 단체로 탈북해 말레이시아를 통해 입국했다. 당시 통일부는 총선을 닷새 앞둔 4월 8일 기자회견을 열고 탈북사실을 공개했는데 이로 인해 북풍 논란이 거세게 일었다. 지난해 국가인권위원회는 총선 직전 언론 공표에 대해 "의심할 수 있는 개연성이 큰 것으로 보이는 부분은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학습효과 쌓여, 별 영향 없을 것"

전문가들은 북풍 변수는 거의 영향력이 없다는 견해를 내놨다. 북풍을 일으키려는 정치적 시도는 있을 수 있겠지만 민도가 높아진 유권자들의 누적된 학습효과로 이제는 파급력이 높지 않다는 분석이다.

김영수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북풍 변수는 선거에 늘 단골로 나오는 표현이지만 이제는 유권자들의 면역력이 높다"며 "웬만한 카드들이 이미 다 나왔고 긴장을 고조시키든 유화책을 하든 변수가 되지 않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현출 건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코로나19 문제가 너무 엄중하기 때문에 선거 국면에서 북한발 이슈가 나온다고 하더라도 묻혀버릴 가능성이 큰 상황"이라며 "북한이 최근 미사일을 쐈지만 한국과 미국 두 나라의 정치상황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현재의 북한 정치일정도 북풍 변수를 낮게 하는 요인이다. 다음달 10일 최고인민회의를 소집한 데다 총선 당일인 4월 15일은 북한의 최대명절인 김일성 생일과 겹친다.
김 교수는 "북한은 김일성 생일에 주력할 것이기 때문에 남한을 고려해 움직일 가능성은 거의 없다"며 "코로나19 상황에서 갑자기 정상회담을 한다거나 할 여지도 없다"고 부연했다.

cynical73@fnnews.com 김병덕 강중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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