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중국 모든 외국인 입국 잠정 차단...내달 양회 포석?

정지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3.27 13:13

수정 2020.03.27 14:14

중국 모든 외국인 입국 잠정 차단...내달 양회 포석?

【베이징=정지우 특파원】중국이 사실상 모든 외국인 입국을 잠정적으로 차단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해외 역유입을 막기 위한 조치라는 게 표면적인 이유다. 그러나 중국 최대의 정치 행사인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개최를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27일 중국 외교부와 이민관리국에 따르면 오는 28일 0시부터 기존에 유효한 비자와 거류허가를 가진 외국인도 원칙적으로 입국할 수 없다. 비자 없이 중국을 경유해 다른 나라로 가는 탑승도 일시적으로 중단된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원국 주요 기업인이 신속하게 입국할 수 있도록 하는 이른바 ‘APEC 카드’ 소지 외국인도 들어올 수 없다.
한국과 홍콩, 중국,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소속 7개국이 대상이다. 조치가 끝나는 시점은 특정되지 않았다.

다만 외교와 공무, 의전, 승무원 비자 소지자들은 영향을 받지 않는다. 경제, 무역, 과학, 기술 활동, 기타 인도주의적 사유 등으로 중국 방문이 필요할 경우는 각국의 중국 공관에서 별도로 비자를 신청할 수 있다.

중국은 또 모든 외국 항공사에게 오는 29일부터 중국 노선을 한 개만 운영할 수 있도록 제한했다. 이들 항공사는 매주 한 차례를 초과해 중국 노선을 운항할 수 없다. 중국 항공사들도 국가마다 한 개 노선만 운항 가능하며 횟수도 1회로 막았다.

중국이 공항과 항만 입국자를 대상으로 자가격리에서 강제격리, 코로나19 핵산 검사까지 갈수록 통제 강도를 높이고 있지만 코로나19와 관련해 입국 자체를 차단하는 것은 사실상 처음이다.

자국 내 코로나19 전파는 안정을 찾아가는데 반해 해외 역유입 감염자가 끊이지 않으면서 이 같은 특단의 조치를 내놓은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일각에선 중국이 내달 중순께로 양회 개최를 특정해 놓고 이에 맞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통제라는 해석도 나온다.

양회가 열리면 인민대회당에 5000여명 이상의 대표가 모인다. 각국의 수많은 취재진도 인민대회당에서 양회를 집중 보도한다. 하지만 해외 역유입이 계속되고 이들이 베이징 시내로 유입될 경우 코로나19 감염 우려는 여전히 남아있게 된다.

올해 양회는 코로나19와 싸움에서 승리 선언이 핵심으로 알려졌다. 공식적인 ‘종식’ 선언도 계획된 것으로 전해졌다.

따라서 코로나19 감염자가 역유입되는 상황에선 이 같은 자축 분위기가 희석될 가능성이 있다. 이를 위해 양회에 참석하는 대표들도 내달 초에 베이징으로 먼저 들어와 2주 동안 자가격리할 예정으로 베이징 소식통들은 내다봤다.

중국 내 다른 상황들도 양회의 4월 개최설에 무게를 싣고 있다. 중국은 5월1일 노동자의 날을 맞아 주말을 포함해 5일 동안 연휴로 잡아 놨다. 중국은 이 시기를 축제 모드로 전환, 코로나19로 위축된 소비시장을 되살릴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공산당 대표들이 양회를 통해 안전한 중국을 보여준 후 소비활동을 독려하려는 의도로 추정된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도 시장 예상과 달리, 사실상의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대출우대금리(LPR)를 지난 주 동결했다. 중국 경제 소식통은 “양회에서 역대 유례없는 경기부양책을 한꺼번에 터트리기 위해 금리인하 시기를 조절하는 것”이라고 관측했다.
운항을 잠정 중단했던 대한항공이 하늘 길을 다시 여는 시점도 내달 26일이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