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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항공산업에 관대한 지원을 주저하지 마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3.29 17:27

수정 2020.03.29 17:27

기업에 책임 묻는 건 무리
일단은 살려놓는 게 상책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겸 대한항공 대표가 29일 담화문을 통해 "회사의 자구 노력을 넘어 정부에서도 적극적으로 지원해 주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 총수가 담화문을 발표한 것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국내 항공산업이 처한 현실이 어렵다는 뜻이다.

정부는 조 회장의 호소에 귀를 기울이기 바란다. 전 세계 항공산업은 코로나 위기의 직격탄을 맞았다. 국내 저비용항공사(LCC)는 아예 운행을 중단한 곳도 있다.
LCC는 지난해 일본 여행 보이콧에 이어 바이러스 창궐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대한항공 같은 대형 항공사도 생존을 걱정해야 할 만큼 코너에 몰렸다. 조 회장은 "항공산업은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큰 위기에 직면했다"며 "대한항공의 경우 90% 이상의 항공기가 하늘을 날지 못할 정도로 심각하다"고 말했다.

그나마 대한항공은 나은 편이다. 또 다른 대형 항공사인 아시아나항공은 더 어렵다. 적자 수렁에 빠진 아시아나항공은 위기 탈출을 위해 지난해 매각을 선택했고, HDC현대산업개발이 새 주인으로 낙점됐다. 하필 이때 코로나 위기가 터졌다. 시장에선 현대산업개발이 자칫 승자의 저주에 빠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정부가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지난주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한 2차 비상경제회의에선 100조원대 긴급 자금을 금융·실물시장에 투입한다는 대책을 내놨다. 이 프로젝트에 따라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은 조만간 긴급 회사채 매입에 나설 계획이다. 관건은 지원이 얼마나 충분하고 신속하게 이뤄질 수 있느냐다. 늑장 부리다 항공사 숨이 넘어가면 만사휴의다.

누구나 인정하듯 항공산업은 특수한 사정에 직면했다. 지금 겪는 어려움은 기업 내부 잘못보다는 외부 요인 탓이 크다. 대일 여행 보이콧이 그렇고, 지구촌을 덮친 코로나 위기가 그렇다. 따라서 우리는 정부가 항공업종에 대한 지원기준을 관대하게 잡기를 바란다. 과거 외환·금융위기 때 구제금융은 뼈를 깎는 자구 노력을 전제조건으로 했다. 기업의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지금 그때처럼 깐깐한 기준을 적용하는 건 무리다.

국내 코로나19 환자는 증가세가 주춤하지만, 미국과 유럽에선 바이러스가 기승을 부리는 중이다. 이 기세가 언제 꺾일지는 아무도 모른다.
항공산업은 코로나 위기에서 비롯된 기업 구제금융의 시금석이다. 일단은 기업을 살려놓고 보는 게 상책이다.
방역과 마찬가지로 과감한 선제대응만이 최상의 방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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