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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노동 시장, 코로나19에 대격변...수요따라 '긱(Gig)' 경제 각광

박종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3.30 13:13

수정 2020.03.30 13:13

영국 런던에서 24일(현지시간) 음식 배달 서비스 딜리버루의 기사가 배달을 하고 있다.로이터뉴스1
영국 런던에서 24일(현지시간) 음식 배달 서비스 딜리버루의 기사가 배달을 하고 있다.로이터뉴스1


[파이낸셜뉴스] 코로나19로 경제가 멈추고 있는 미국과 유럽 등 서방 국가의 노동시장에서 대규모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수요가 급감한 레저 및 항공 분야의 노동자들이 반대로 수요가 폭증한 생필품, 농업, 의약품 분야로 이동하는 상황인 데,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로 수요에 따라 일자리가 결정되는 '긱(Gig) 이코노미'가 보다 빠르게 정착된다고 내다봤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9일(현지시간) 업계를 인용해 기존 호텔 및 고급식당, 항공관련 분야에서 일하던 직원들이 코로나19 사태 이후 식료품 및 온라인 판매, 병원 등의 분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 채용알선 기업인 북미맨파워그룹의 베키 프란키예비치 사장은 WSJ를 통해 인력 이동 규모가 1948년 창사 이후 최대 규모라고 설명했다.
그는 "하룻밤 사이에 수만명의 일자리가 나오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달 미 정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주 미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328만건으로 역대 최대 규모였다. 동시에 코로나19로 매출이 급증한 대형 소매업체 월마트와 약국 브랜드 CVS헬스는 앞으로 몇 주간 약 50만명을 신규 채용할 예정이다.

이러한 변화는 대서양 건너편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사회안전망이 발달한 유럽에서는 미국같은 대량 실업이 일어나지는 않았으나 정부 차원에서 업종 변경을 권하고 있다. 단축근로제도(쿠어쯔아르바이트)를 운용하고 있는 독일은 지난주 해당 프로그램에 지원하는 노동자 가운데 보건이나 농업분야에서 부업을 하는 인원에게 성과금을 제공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단축근로제도는 불필요한 노동자들이 기존 급여의 3분의 2수준의 돈을 받고 휴직할 경우 정부가 임금 일부를 지원하는 제도다. 독일 동부의 한 농장주는 WSJ와 인터뷰에서 기존에는 동유럽에서 계절 단위로 노동자를 고용했지만 지금은 코로나19로 국경이 막혀 상황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그는 요리사와 음악선생, 물리치료사 등 다양한 노동자들의 취업 문의가 빗발쳐 깜짝 놀랐다고 밝혔다. 프랑스 농업부는 지난주 발표에서 3월과 4~5월에 각각 4만5000명, 8만명의 노동자가 농장에 필요하지만 올해는 외국 노동자들을 데려올 수 없다고 알렸다.

기업들도 인력 전환에 나섰다. 영국 의류 및 잡화 브랜드인 마크앤드스펜서는 이미 카페 및 의류 사업부 직원 4600명 이상을 잡화 사업부로 옮겼다. 독일 맥도날드는 현지 식료품 업체 2곳과 계약을 맺고 약 3000명의 직원들을 빌려주기로 했다. 파견 직원들은 2개월간 일한 뒤 파견 업체에 남거나 맥도날드로 복귀할 수 있다. 미 컨설팅업체 보스턴컨설팅그룹의 팡 루안 파트너는 전염병 사태 초기 중국에서 패스트푸드나 레저 업체 중심으로 배달 업체에 직원을 빌려주는 사례가 많았다며 덕분에 대량 해고 사태를 피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주요 이코노미스트들은 이러한 추세가 향후 수백만개의 일자리 손실을 메우지 못할 것이며 단기 계약직 형태로 진행된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번 사례를 계기로 직업의 안정성이라는 개념이 바뀔 수밖에 없다고 예측했다. 미 배달 서비스 업체 도어대쉬는 18일 발표에서 식당 직원 가운데 배달직에 지원하는 노동자들을 상대로 우선전환 프로그램을 진행한다고 공지했다.
미 채용업체 짚리쿠르터에 따르면 이달 2주차 기준으로 미국 내 음식 배달과 운송 분야 채용은 2017년에 비해 각각 78%, 36%씩 증가했다.

미 인터넷 매체 쿼츠는 지난주 보도에서 코로나19 사태로 수요에 따라 비정규직 및 임시직 노동자를 고용하는 긱 이코노미 직업군의 대우가 나아지고 안정성도 높아진다고 분석했다.
비정규직 택배 기사 서비스(플렉스)를 운영하는 아마존은 기사가 코로나19로 확진을 받거나 격리되면 2주간의 급여를 지불하기로 했고 우버 또한 병가 수당을 주기로 결정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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