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알려주는 수사상황만 받아쓰라는 검찰

유선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3.30 16:39

수정 2020.03.30 16:39

[기자수첩]알려주는 수사상황만 받아쓰라는 검찰
"티타임(검찰의 언론 브리핑)이 다시 열릴 가능성은 반반이며, 티타임을 한다고 해도 폐지되기 전의 티타임 때보다 언론의 질문에 답변을 더 드릴 순 없을 겁니다."

최근 조주빈(24) 등 텔레그램 박사방의 성착취 사건이 터진 뒤 출입기자단이 서울중앙지검 측에 티타임을 요청했다. 그러나 며칠 동안 공식 답변이 없자 본지 기자가 답답한 마음에 검찰 관계자에게 물었는데 이런 답변이 돌아왔다.

검찰이 국민 알권리 등을 고려해 이례적으로 조주빈에 대한 일부 수사 상황과 신상정보를 공개하기로 결정한 만큼 티타임이 재개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그렇지 못할 가능성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그간 검찰은 지난해 12월 1일부터 주요 인물에 대한 티타임 및 포토라인 등을 폐지하기 전까지 티타임을 매주 1~2차례씩 정기적으로 해왔다.

티타임 당시 검찰은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을 해줬지만 수사에 차질을 빚는다는 이유로 사건에 대한 질문에 소극적인 태도를 취해왔다.
이 때문에 기자들은 국민 알권리를 위한 보도에 애를 먹으며, 궁금증에 목말라 왔다.

이마저도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취임하면서 티타임이 완전히 폐지됐다. 피의사실을 공표해 피의자·참고인 등의 인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개인·가족 비리 수사부터 폐지한 것이다.

이로부터 3개월이 지난 후 검찰은 조주빈 사건이 터지자 형사사건공개심의위원회를 개최해 수사 상황 등을 일부 공개하기로 의결했다. 여론이 걷잡을 수 없이 드세지자 국민 알권리 차원에서 이례적 결정을 내린 것이다. 그러나 검찰은 국민 알권리를 명분으로 공개 결정을 내렸음에도 티타임 재개에 고심하는 등 이도 저도 아닌 이중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심지어 폐지 전 티타임 때보다 수사 관련 답변을 더 못해준다고 못을 박아놨다.
새로 바뀐 공보 규정(훈령) 때문이라고 항변하지만 국민이 규명하길 바라는 부분에 대해 기자들이 질문을 못한다면 검찰이 명분으로 내세운 국민 알권리는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한 셈이다.

현재 검찰은 기자단에 조주빈 변호인 선임 여부 등 간략한 수사 상황만 보내오고 있다.
검찰이 알려주는 수사 상황만 받아 쓰라는 거라면 국민 알권리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볼 일이다.

rsunjun@fnnews.com 유선준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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