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긴급 회의서 '빅컷' 단행한 한은 금통위, 금융안정 우려도 던졌다

뉴스1

입력 2020.03.31 18:16

수정 2020.03.31 18:16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6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이날 기준금리를 0.5%포인트 낮춰 역대 최저치인 연 0.75%가 됐다. 0%대 기준금리는 사상 처음이다.(한국은행 제공) 2020.3.16/뉴스1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6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이날 기준금리를 0.5%포인트 낮춰 역대 최저치인 연 0.75%가 됐다. 0%대 기준금리는 사상 처음이다.
(한국은행 제공) 2020.3.16/뉴스1


© News1 이은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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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장도민 기자 =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들이 지난 16일 역대 3번째로 임시 회의를 열고 '빅컷'(0.50%p 인하)을 단행하면서도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다수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모든 금통위원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우리나라를 비롯한 글로벌 경제 상황이 쉽게 회복되기 어렵다고 본 만큼 이날 한은 금통위 내에서 기준금리를 내리는 자체에 대해선 이견이 없었다. 그러나 인하 폭에 대해선 소수의견이 제시됐고, 빅컷에 찬성한 금통위원 중 2명이 금융안정을 우려하는 목소리를 낸 것으로 나타나 기준금리 추가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낮아졌다.

한은은 31일 '2020년도 제6차 금융통화위원회(임시) 의사록'을 공개했다. 당시 임시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연 1.25%에서 0.75%로 0.5%p 인하했다. 우리나라 기준금리가 사상 처음으로 0%대로 내려갔다. 다만 임지원 금통위원은 기준금리 0.25%p 인하 소수의견을 제시했다. 이날 임시 금통위는 금통위 의장인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소집했다.

앞서 금통위는 2019년 7월 기준금리를 연 1.75%에서 1.50%로 3년1개월 만에 내리면서 금리인하 사이클에 진입했다. 이후 같은해 10월 연 1.50%에서 1.25%로 한차례 더 내렸다가 이번 임시 금통위에서 사상 최저점인 0.75%까지 인하했다.

이 총재로 추정되는 A금통위원은 "코로나19가 국내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급속히 확산되면서 경제활동이 크게 위축되고 금융시장과 원자재시장에 변동성이 증폭됐다"며 "경제주체들의 심리위축으로 실물경제와 금융시장 간 악순환으로 향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와 같이 금융시스템의 안정까지 저해되는 극단적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이어 "이러한 상황인식이 오늘 임시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를 개최한 이유"라며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이 실물경제 부양을 위해 적극적인 확장기조를 취해나가고 있는 만큼 건전성 정책이나 조세정책은 주택시장과 외자유출입의 안정을 보다 확고하게 도모하는 방향으로 운용되는 정책조합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다만 "주택시장으로의 자금쏠림 현상과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 가능성과 같은 금융안정 측면에서의 저금리 부작용이 더 커질 소지도 있다"고 우려의 목소리도 냈다.

B금통위원은 "현재 상황은 코로나19 사태가 미시적·부문별 충격만이 아닌 거시적·총수요 충격으로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런 총수요 위축이 장기화할 경우 이미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던 우리 경제의 기조적 인플레이션이 더욱 낮아지면서 디플레이션 위험을 고조시킬 우려도 확대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일련의 미시 대책을 추진하고 있는 재정 당국과 함께 거시정책을 책임지고 있는 통화 당국도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위기에 직면한 가계와 기업의 부담을 완화하고 금융시장의 불안 확산을 제어함으로써 총수요 측면을 통한 경기 급락의 악순환을 완충시키는 데에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B 위원은 금통위원 중 유일하게 추가 인하에 대한 필요성을 내비쳤다. 기준금리 0.50%p 인하를 주장한 B위원은 "앞으로도 위기국면에서의 통화정책은 탄력적으로 운용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기준금리를 0.25%p만 내려야한다고 소수의견을 낸 임지원 금통위원(C금통위원)은 "우리나라 기업의 현금흐름에 대해서도 우려가 높아질 수 있고, 이 경우 금융시장에서의 위험회피심리를 통해 보다 광범위한 신용경색 문제로 전이될 가능성이 있다"며 "대부분의 국가에서 사회적 거리 두기와 이동제한 등이 최선의 방역책으로 간주됨에 따라 그 부정적 영향이 과거보다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인하 이유를 설명했다. 또 금융시장에서 위험자산의 가격이 크게 하락하고 변동성이 커지면서 최근 금융상황의 완화정도가 축소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점도 인하 이유로 덧붙였다.

다만 기준금리 조정의 폭과 관련해서는 "전통적 통화정책의 여력을 급격히 소진하기보다는 대내외 금융·경제 환경의 변화를 면밀히 관찰하면서 정책 완화 정도를 점진적으로 조정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고 말했다. 사실상 추가 기준금리 인하에 대해 반대의사를 표현한 것으로 해석된다.

D금통위원은 "코로나19의 경제적 파급효과가 기존 전망보다 크고 더 오래 지속될 것으로 예상돼 경제활동 위축이 생산자본과 노동력의 영구적 손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며 "재정적 지원과 더불어 우리 기업들이 그들의 생산역량의 손실을 최소화하며 현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여건을 최대한 확보해 주는 것이 매우 중요한 시기라고 판단된다"고 했다.

E금통위원은 "세계경제 및 금융의 중심축인 미국과 EU에서 확산이 시작됨에 따라 더 이상 국지적인 충격이 아니라 글로벌 경제충격으로 심화된 상태"라고 진단하며 "글로벌 자산가격의 변동성 확대도 국내 금융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어 올해 성장과 물가 경로의 대폭 하락에 대비하고, 단기적으로는 모든 경제주체의 유동성 위험 상승에 적극 대처해야 할 상황"이라고 했다. 이어 "취약부분에 대한 유동성 지원 확충을 넘어서 과감한 통화정책 대응이 필요하다"며 빅컷을 주장했다.


F금통위원은 "실물경제에 대한 하방리스크에 대응하고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완화하기 위해 비교적 큰 폭의 기준금리 인하가 불가피해 보인다"며 "현재의 여건에서 우리에게 중요한 금융안정 책무는 금융시장의 안정"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추가 기준금리 인하에 대해선 경계하는 모습을 보였다.
F위원은 "앞으로도 부동산시장과 가계부채 문제에 대한 모니터링을 지속해야 한다"고 추가 인하 가능성을 닫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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