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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에서] 부동산 폭락이 내집마련 기회?

예병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4.02 17:37

수정 2020.04.02 17:37

[여의도에서] 부동산 폭락이 내집마련 기회?
코로나19 충격으로 글로벌 거시경제가 위기 상황으로 흘러가고 있다. 시장에서는 위험자산인 주식을 던지고 현금을 모으면서 대부분 국가의 주식시장이 급락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지수가 2200을 넘었던 코스피는 현재 1600선으로 내려왔다. 한때 1500선을 하회하기도 했다.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150원대에서 1280원대까지 급등(원화 약세)하기도 했다.


한 치 앞을 전망할 수 없을 정도로 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된 상황에서 그나마 버티고 있는 것은 부동산이다. 상승세가 축소되고 일부 하락세도 나타났지만 급락, 폭락의 움직임은 없어 보인다. 실제 부동산에 대한 심리를 볼 수 있는 한국은행의 주택가격전망 소비자동향지수(CSI)를 보면 '12·16 부동산대책' 이후 하락세를 지속했지만 지난달에는 112로 보합세를 보였다. 지수가 100을 넘는다는 것은 부동산 시장에 대한 심리가 긍정적이라는 의미다.

물론 앞으로의 부동산 시장이 현재의 분위기를 유지할 수 있을지, 아니면 더는 버티지 못하고 폭락 흐름으로 갈지는 알 수 없다. 정부가 부동산 규제를 강화했고, 코로나19발 글로벌 경제침체 가능성이 있는 만큼 보합세 지속이 쉽지 않다는 정도가 상식선의 전망이다.

이 같은 분위기를 타고 유튜브 등에서 유행 중인 키워드는 '부동산 폭락'이다.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서울 집값이 반토막이 난다고 이야기하는 등 이른바 '공포 마케팅'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근거도 거의 동일하다. 코로나19발 경기침체, 높아진 인구고령화, 생산가능인구 감소, 정부 규제정책, 장기 상승에 따른 피로감 등이다. 그리고 반토막이 나면 그때 집을 사라고 한다. 이런 유튜브 방송의 조회수는 수만에서 수십만에 이른다.

그럼 근본적인 질문을 해보고 싶다. 현재 우리 경제 상황에서 부동산이 폭락하면 좋을까.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폭등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폭락이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부동산이 폭락하면 서민들이 저렴하게 '내집마련'을 할 기회가 생길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런 일은 현실이 되지 않는다. 부동산 가격 하락은 거시경제로 보면 경기침체다. 외환위기, 금융위기가 찾아와 경제가 역성장을 기록할 때 의미 있는 집값 하락이 나타난 점을 봐도 알 수 있다.

경제위기 상황에 가장 힘든 계층은 바로 서민층이다. 일자리를 상실하거나 월급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있는 자산을 팔아서라도 생존해야 하는 서민층이 부동산 폭락기에 내집마련을 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더구나 현재 우리 경제 유동성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어느 때보다 높다. 가계대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게 주택담보대출이라는 점만 봐도 그렇다. 지난해 말 기준 가계대출 잔액 1504조4000억원 중에서 주택담보대출은 56.0%에 이른다. 부동산에 유동자금이 몰려 있는 상황에서 폭락이 현실화되면 가계부채가 대형 버블(거품)로 변하고, 금융시스템과 실물경제 위기로 전이되면 과거 어느 때보다 큰 거시경제위기가 현실화될 수 있다. 이는 곧 서민들의 위기이기도 하다.


코로나19발 경제침체 우려가 갈수록 커지고 있는 현재 필요한 것은 부동산 시장의 안정적 관리다. 위기에서도 폭락하지 않고 코로나19발 경제침체가 지나간 이후에도 폭등하지 않도록 버블을 관리하는 정책적 노력이 있어야 한다.
정책적 노력, 즉 규제는 효과가 즉각적으로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미리미리 시나리오에 따른 대책을 준비해둬야 한다.

coddy@fnnews.com 예병정 경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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