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조선업계 상황 떠오르는 배터리 분쟁

성초롱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4.02 17:37

수정 2020.04.02 18:27

[기자수첩] 조선업계 상황 떠오르는 배터리 분쟁
2014년. 국내 조선업계엔 유례없는 특허분쟁이 벌어졌다.

대우조선해양이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부분재액화 기술'을 특허로 등록하자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이 특허등록 무효 심판 소송을 제기하며 조선 3사 간 분쟁은 시작됐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의 주장은 대우조선이 이미 보편화된 기술에 대해 특허를 등록해 다른 업체의 영업활동에 피해를 줬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시작된 조선 3사 간 다툼은 특허심판원과 법원을 거쳐 3년이 지난 2017년 현대·삼성중공업의 승소로 막을 내렸다.

하지만 그사이 글로벌 1위를 자부했던 한국 조선업은 추락했다. 대우조선은 법정관리 문턱까지 갔다가 기사회생했고,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은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조선업 경쟁력 약화의 제1요인으로는 국내 조선사들 간 과당경쟁이 지목됐다. 글로벌 수주전에서 국내 조선사들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저가 수주를 불사하는 상황까지 연출됐다. 오죽하면 당시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과 이덕훈 수출입은행장 모두 "국내 조선사 간 과당경쟁이 사라져야 한다"고 입을 모을 정도였다.

최근 배터리업계가 과거 조선업계의 상황을 떠오르게 한다. LG화학이 지난해 SK이노베이션에 영업기밀 침해 소송을 제기하며 시작된 국내 배터리기업 간 분쟁은 SK이노베이션의 특허침해 혐의 맞소송 등으로 번졌다.

결론은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LG화학이 요청한 조기패소 결정을 받아들이면서 일단락된 상황이다. 하지만 이번 한국 배터리기업 간 분쟁에서 진정한 승자에 대해선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일각에선 CATL 등과 같은 중국 배터리기업을 지목하기도 한다.

실제 한국무역협회도 '중국, 인재의 블랙홀' 보고서를 통해 "중국 배터리기업들이 법적 다툼을 벌이고 있는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혼란을 틈타 한국 전문인재들을 노리고 있다"는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한·중·일 3개국이 경쟁구도를 보이는 배터리 시장에서의 한국 기업 간 분쟁이어서 더 아쉬움이 남는다.

longss@fnnews.com 성초롱 산업부longss@fnnews.com 성초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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