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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 이사람] 박지원 세이브앤코 대표 "여성의 건강한 性 위해… 여성 위한 콘돔 만들었죠"

권승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4.03 17:19

수정 2020.04.05 11:06

유해물질 없는 건강한 성분 사용
출시 2개월 만에 편의점 입점
‘사회적 거리두기’에 매출 40%↑
여성청결제 등 제품군 더 늘릴 것
[fn 이사람] 박지원 세이브앤코 대표 "여성의 건강한 性 위해… 여성 위한 콘돔 만들었죠"
"여성이 성(性) 건강을 위한 제품을 구매할 때 부끄러움이나 수치심을 느끼지 않고, 공개적으로 당당하게 성생활과 성 건강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겠다." 박지원 세이브앤코 대표(사진)는 여성을 위한 콘돔 브랜드를 만들면서 이 같은 목표를 세웠다고 3일 말했다.

박 대표는 미국에서 교수로 재직하면서 생긴 문제의식 때문에 브랜드 세이브(SAIB)를 론칭했다. 그는 "미국학생들의 성 인식이나 피임에 대한 의식 수준이 한국과는 많이 달랐다"며 "한국의 부족한 성 인식과 여성의 성을 바라보는 사회적 이중 잣대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게 됐다"고 했다.

특히 박 대표는 여성의 몸 안으로 들어가는 콘돔에 유해 물질이 포함돼 있다는 데 큰 충격을 받았다. 그는 "시중에 유통되는 대부분의 콘돔은 여성보다 남성 소비자의 만족에 초점을 두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대표는 "여성에게 더 건강한 선택지는 없을지, 여성이 성과 피임에 대해 자주적인 태도를 갖게 할 수 없을지 고민한 결과, 세이브앤코가 런칭됐다"고 말했다.

세이브앤코가 여성의 입장에서 만들어진 첫 콘돔은 아니다. 미국, 유럽 등 서구권에서는 여성을 목표 대상으로 포지셔닝하고 건강한 성분으로 만든 콘돔 브랜드들이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 국내에도 이 같은 제품과 브랜드가 존재한다. 다만, 국내 브랜드 제품들은 서구권과 달리 시장 점유율이 미미하다. 박 대표는 "보수적인 사회적 편견이 그 원인"이라고 꼬집었다.

박 대표도 사회적 편견 때문에 속상한 일을 많이 겪었다. 그는 "브랜드 초창기 투자를 위해 미팅을 가면 심사하는 분들이 민망해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심지어 어떤 보수적 투자사는 내게 '이런 제품은 취급하지 않는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다행히 세이브앤코는 출시 불과 2개월 만에 편의점에 입점하는 등 순항하고 있다. 박 대표는 "운이 좋았다"고 표현했다. "어느 판매 채널이든 통상 콘돔 카테고리는 남성 MD가 담당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가장 처음 입점했던 '세븐일레븐'의 경우 입점을 제안하기 직전 담당 MD가 여성으로 교체됐다. 그 여성 MD가 세이브앤코 브랜드 취지에 적극 공감해줘 입점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박 대표는 말했다.

박 대표는 여성 청결제, 영양제 등 제품군을 다양화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그는 "여성 생식 건강에 좋은 락토바실러스와 크랜베리 프로안토시아닌 성분이 함유된 여성 청결제와 영양제 등 다양한 신제품 출시를 준비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박 대표는 지난 2월 서울 성수동에 팝업스토어를 2주간 열고, 소비자들이 원하는 상품이 무엇인지 직접 의견을 들었다.

또한 여성의 성과 성 건강을 다루는 콘텐츠 'SAIB-SAID'도 지속 운영해나갈 예정이다. 박 대표는 "그동안 성적 건강이나 성에 대한 정보는 커뮤니티와 같은 음지화된 채널에서 주로 논의돼왔다.
세이브앤코는 SAIB-SAID 콘텐츠를 통해 그동안 도외시됐던 여성의 성과 성 건강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고 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릴 것"이라고 했다.

한편 세이브앤코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가 진행되면서 뜻밖의 특수를 누렸다.
박 대표는 "전달인 2월에 비해 3월 매출이 약 40%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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