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벤츠·BMW부터 페라리·포르쉐까지..‘모터쇼’인가…‘진료소’ 인가 [코로나19 현장르포]

안승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4.05 17:46

수정 2020.04.05 20:07

잠실운동장 ‘워킹스루’ 가보니

지난 4일 서울 올림픽로 잠실종합운동장 서1문에 마련된 해외입국자 워킹스루 선별진료소에 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한 차량이 들어오고 있다. 사진=안승현 기자
지난 4일 서울 올림픽로 잠실종합운동장 서1문에 마련된 해외입국자 워킹스루 선별진료소에 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한 차량이 들어오고 있다. 사진=안승현 기자

지난 4일 오후 4시를 넘은 시간, 서울 올림픽대로 잠실종합운동장 '서1문' 쪽에 마련된 해외입국자 전용 선별진료소. 난데없이 엔진 굉음이 울리며 빨간색 페라리 한 대가 주차장으로 쏜살같이 들어왔다. 하얀 방역복을 입은 현장 안내요원으로부터 무엇인가 설명을 들은 페라리는 곧장 주차구역으로 이동했다. 잠시 뒤 이번에는 검은색 포르쉐 카이엔 한 대가 페라리 못지않은 속도로 미끄러져왔다. 황급히 차를 세운 안내요원과 몇 마디 얘기를 나눈 운전자는 차를 세운 뒤 검체 채취소로 향했다.


서울시가 해외입국자 전원에 대해 코로나19 검사를 하기 위해 지난 3일 잠실종합운동장에 마련한 워킹스루 선별진료소에서는 모터쇼를 방불케 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다.

잠실에 워킹스루가 설치되는 것을 놓고 일부에서 반발 여론이 일었지만 '강남3구' 특성상 어쩔 수 없다는 게 서울시 입장이다. 해외입국자 상당수가 강남 거주자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강남에 거주하는 해외입국자들의 접근성이 좋아야 하는 데다 대규모 주차장, 환기가 잘되는 야외공간을 찾다보니 잠실종합운동장이 최적지였다는 것이 서울시의 설명이다.

워킹스루 운영 첫날인 지난 3일과 4일 현장을 둘러본 결과 이들이 강남 거주자인지는 확인할 수 없었지만 고급 수입차를 몰고 온 방문자가 많았다. 운영 첫날인 3일은 다소 한산했지만 4일에는 입국 비행기편이 몰리는 오후 4시 이후부터 방문객이 눈에 띄게 늘었다. 주로 벤츠, BMW의 상위 트림을 비롯해 포르쉐, 페라리, 테슬라까지 수억원대 고급 수입차들이 줄지어 들어왔다. 국산 완성차도 대부분 제네시스급의 대형 고급세단이 주를 이뤘다. 서울시에서 파견된 현장 안내요원은 "어제(3일)는 방문자가 많지 않았는데, 오늘(4일)은 좀 늘었다. 전날 밤늦게 와서 검사를 받지 못한 분들이 오전에 다시 오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가족단위로 방문해 검사를 받는 경우도 상당수 있는 편"이라고 덧붙였다.

잠실 워킹스루 선별진료소 설치 후 인근 지역 주민들은 해외입국자들이 검사를 받기 위해 잠실로 몰려들 것을 우려하는 등 불만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현장 취재 결과 이곳을 방문하는 인원은 전체 해외입국자 수에 비해 턱없이 적었다. 시행 초기에다 강제성이 없어 입국자 전원이 검사를 받지 않아서다.
서울시는 입국자 전원에 대해 코로나19 검사를 받게 할 방침이지만, 강제성이 없어 상황은 녹록지 않다.ahnman@fnnews.com 안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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