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사설

[fn사설] 배민 수수료 논란, 또 정치가 끼어드나

파이낸셜뉴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4.06 17:05

수정 2020.04.06 17:05

관제 배달앱까지 나올 판
제로페이 실패 교훈 삼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배달 애플리케이션 1위 배달의민족을 연일 공격하고 있다. 페이스북을 통해 분노에 찬 글을 올리며 배민에 맞설 공공앱 개발계획까지 발표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어수선한 시기에 갑작스레 수수료정책 변경을 발표한 배민의 소통력도 문제이지만, 총선을 앞두고 앞뒤 없이 끼어드는 정치권 행태도 바람직해 보이진 않는다.

배민의 변경된 수수료체계는 상권이 다 얼어붙은 상황에서 누가 봐도 불편한 건 맞다. 배민은 지난 1일부터 자영업자들이 기존 정액제 서비스(울트라콜)만 이용해도 되던 것을 건당 수수료를 지급해야 하는 정률제로 바꿨다. 수수료는 6.8%에서 5.8%로 내렸지만 매출과 연동되는 시스템이라 자영업자들 부담은 더 커진 게 사실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소상공인들이 생사의 기로에 선 시기에 배민의 일방적인 정책 공표는 성급했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비난 여론이 커지자 6일 배민은 사과의 뜻과 함께 개선책을 내놓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 지사의 분노에 공감을 못하는 건 아니다. 그렇다 해도 관제 정부 앱으로 기업과 맞서겠다는 발상은 구태를 반복하는 것이다. 이 지사는 "경기도지사가 이 정도 멀티플레이는 가능하다"며 바로 실행에 옮기겠다고 자신했는데 이런 식의 대응이 시장에 진정한 도움이 될지는 냉정히 따져봐야 한다.

서울시가 강행한 제로페이는 반면교사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영세 소상공인들의 카드 수수료 부담을 줄이겠다며 제로페이 아이디어를 낸 뒤 지난해부터 이 서비스를 도입했다. 하지만 제로페이는 '구청장도 안 쓰는 결제시스템'이라는 비아냥과 함께 평가도 바닥이다. 1년간 누적 결제액이 고작 696억원에 그쳤다. 국내 신용·체크카드 결제액 910조원과 비교하면 0.0076% 수준이다. 서울시 스스로 정한 목표 대비 달성률도 1%가 채 안 된다. 지난해 제로페이 활성화에 쏟아부은 서울시 예산이 500억원을 넘었다. 관제 제로페이는 장사 수완이 없는 지방정부가 함부로 시장에 끼어들면 손해만 본다는 교훈을 남겼다.

배민의 수수료 논란에서 정치는 빠지는 게 옳다.
문제가 있으면 독점을 규제하는 공정거래법으로 푸는 게 맞다. 공정위는 현재 국내 배달앱 2·3위 업체 요기요·배달통을 보유한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와 배민의 기업결합을 심의 중이다.
타다금지법에서 보듯 정치권의 지나친 개입은 되레 혁신기업들의 생태계만 망칠 뿐이다.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