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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논단] 헬리콥터식 현금살포, 무엇를 위한 정책인가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4.07 17:26

수정 2020.04.07 17:26

[fn논단] 헬리콥터식 현금살포, 무엇를 위한 정책인가
코로나19로 인한 국내 확진자 수가 1만명을 넘어서고, 전 세계 확진자 수는 130만명을 넘어섰다. 코로나가 중국에서 유행할 때만 해도 중국발 위기였지만, 미국과 유럽에서 확진자가 급속히 늘어나면서 글로벌 위기로 진화하고 있다. 백신도, 치료제도 개발되지 않은 상태에서 코로나19가 언제까지 맹위를 떨칠지가 우려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외 경제가 모두 흔들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전 세계가 코로나19 대규모 대응책을 서둘러 내놓고 있다. 미국은 2조달러 규모의 긴급예산법을 통과시켰고, 독일은 1560억유로의 추경을 편성했다. 일본도 108조엔의 부양책을 시행할 예정이다.
한국도 정부가 지난 2월 말 20조원의 긴급경제대책을, 국회는 11조7000억원의 추가경정예산을 의결했고, 지금은 코로나 긴급재난지원금을 검토하고 있다.

정부와 민주당은 상위 30%를 제외한 전체 가구에 4인가구 기준으로 100만원을 지급하겠다고 했지만, 지급대상 소득범위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논란이 발생하자 전 국민에게 지급하는 방향으로 급선회하고 있다. 통합당은 전 국민에게 1인당 50만원씩 지급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당초 상위 30%를 제외하면 9조1000억원의 예산이 필요했지만 4인가구 기준 100만원을 지급하면 13조원, 1인당 50만원씩 지급하면 26조원의 예산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재원이 가장 많이 소요되는 통합당안과 같이 시행해도, 코로나와 관련해 이미 투입한 예산과 합해서 57조7000억원 규모로, 2019년 기준 GDP의 3% 수준이다. 이는 GDP와 대비해 미국이 6.3%, 독일이 4.4%, 일본은 20% 수준을 투입할 예정인 것과 비교하면 아주 많은 것이라고는 할 수 없다.

지금과 같이 위중한 상황에서 어느 정도의 대응규모가 적절한 것이냐를 논하기보다는 필요한 곳에 필요한 지원이 즉각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 정치권에서 논의되고 있는 재난지원금은 현재의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고 대응하는 것이 아닌 선거를 앞둔 선심성 정책이 아닌지가 우려된다. 남녀노소 막론하고 공짜로 돈을 준다는 데 싫어할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상위 30%를 제외한다고 하니 건강보험공단에 문의전화가 100만건을 넘었다 하고, 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있는 사람의 불만이 폭증하는가 하면, 서울시와 경기도 등의 지자체에서는 따로 돈을 더 준다는데 인천시는 뭐하느냐고 질타하는 실정에서 정치권에서 그리 주장하는 것이 불가피한 것 같기도 하지만, 스스로 자초한 결과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국가는 돈이 없다는 것이다. 국민에게 지급되는 모든 돈은 궁극적으로는 국민들이 세금으로 납부하거나 나랏빚으로 쌓이기 마련이다. 그냥 화폐를 찍어서 살포하면 살포한 만큼 인플레이션이 발생해 실질가치 측면에서는 의미가 없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과 가구에는 즉각적이고 충분한 지원이 이루어져야 한다. 사업이 어려워진 자영업자를 포함한 기업에는 필요한 자금을 즉각적으로 융자해주거나 지원해야 한다.
1997년과 2008년의 두 번의 위기를 거치면서 우리나라에는 이러한 지원책을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인프라가 비교적 잘 구축돼 있다. 국가 위급 시에 국민에게 필요한 대응을 함에 있어서는 기존의 법령이나 규제에 제한을 받지 않고 재정자금을 투입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이를 뒷받침해야 할 곳이 국회라고 할 수 있다.
따지고 보면, 국민의 돈을 가지고 여야가 자기 돈인 것처럼 선심 쓰는 헬리콥터식 현금살포를 두고 막무가내로 경쟁하는 양상은 무책임하기를 넘어서 한심하기 그지없다.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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