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4일 청와대에서 열린 비상경제회의에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위한 4대 사회보험과 전기료 면제 등 특단의 조치를 주문했다. 코로나19발 경제위기에 따른 처방이었다. 하지만 공을 넘겨받은 한전의 허약체질이 문제였다. 지난해 2008년 이후 11년 만에 가장 큰, 연결기준 영업적자 1조3566억원을 기록하는 등 재무구조가 부실해지면서다. 그러니 한전으로서도 전기료 감면은 언감생심이라 마지못해 징수 연기를 선택했을 법하다.
그러나 어찌 보면 3개월 납부유예는 취약계층에 생색만 내는 꼴이다. 대출금 상환기간 연장이 흑자도산을 막기도 하지만, 이미 많은 빚을 진 대상자에게는 별 도움이 안 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니 말이다. 더군다나 코로나19 충격파는 장기화할 참인데 이로 인한 경제재앙은 아직 초입 단계다. 가뜩이나 눈덩이처럼 늘어나는 적자를 메우려 전기료 인상을 저울질하던 한전에 언제까지 부담을 지울 수 있겠는가.
그렇다면 정부와 한전은 정공법을 택해야 한다. 자영업과 소상공인의 줄도산이 우려되는 판에 막는 시늉만 할 때인가. 전기료 납부유예가 아니라 중장기적으로 감면조치가 바람직하다. 그러려면 한전의 적자요인부터 제거해야 한다. 국내 최대 태양광단지인 전남 해남군의 '솔라시도 단지'에서 1년간 생산해낼 전력이 현 정부가 폐쇄한 월성원전 1호기 과거 1년간 발전량의 4%에 불과하다는 보도를 보라. 전력당국이 막대한 보조금으로 중국 태양전지업체의 배만 불린 대가치곤 참담하다. 소상공인 보호뿐 아니라 제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지키기 위해서도 한전을 적자 수렁으로 몰아넣은 탈원전정책의 속도조절이 불가피할 것이다.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