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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브라질 대통령 막말에 숨은 불안

홍예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4.10 17:30

수정 2020.04.10 18:10

[월드리포트]브라질 대통령 막말에 숨은 불안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지구촌이 공포에 떨고 있는 가운데, 뜬금없이 코로나 관련 '막말'로 논란을 일으키는 지도자가 있다. 브라질의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이다.

브라질은 10일 기준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1만8145명에 육박했다. 사망자도 2000여명에 달한다. 며칠째 신규 환자가 세자릿수대로 증가하며 폭증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가장 심각한 상파울루주는 감염자가 22만명까지 늘어날 수 있다면서 세계은행(WB)에 1억달러 지원까지 요청한 상태다.


대통령이 발벗고 나서 코로나 확산을 막기에도 모자랄 판에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그야말로 요지부동이다. 그는 8일 대국민연설에서도 사회적 격리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주지사들에게 전적으로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코로나19는 기껏해야 가벼운 독감" "어차피 언젠가 우리 모두 죽는다. 일터에 돌아가라"는 등 숱한 막말을 남겼다. 코로나에 대한 두려움은 "언론이 만든 히스테리·판타지"라며 언론 탓을 한다.

표현은 거칠지만, 그에게도 나름의 이유가 있다. 이번 연설에서 그는 "주민 이동제한과 영업금지 등의 조치가 코로나19보다 더 큰 피해를 가져온다"면서 "대규모 실업으로 인해 빈곤과 굶주림, 죽음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에도 그는"브라질은 멈출 수 없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베네수엘라로 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코로나 위기 이전에도, 브라질 경제는 2015년(-3.5%)과 2016년(-3.3%) 경제후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지난해 경제성장률도 0.88%에 불과하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올해 지방선거와 2022년 대선을 앞두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브라질 경제가 나빠지는 상황에서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일부 정치인들이 자가격리를 밀어붙인 반면 자신은 시민들의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는 점을 유권자들이 기억하길 바라고 있다고 분석했다. 결국 그의 '막말'과 '과잉 제스처' 뒤에는 경제 위축에 대한 엄청난 불안함이 숨어있는 것이다.

이런 행보가 낯설지 않은 건 바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때문이다. 경제에 대한 집착과 막말, 허영은 트럼프 대통령의 트레이드마크 같은 전형적인 행동이다.

이번 코로나 사태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보다 대규모 경기침체가 더 많은 사람을 죽일 수 있다는 이유로 조속한 경제정상화를 추진하고 있다. 그는 경제가 어려워질수록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 이상으로 자살이나 다른 원인으로 인한 사망자들이 생길 것이라고 주장한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올 11월 대선을 앞두고 있어 경제 치적을 되살려야만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지금까지 재선의 발판으로 삼아온 낮은 실업률, 주식시장의 활황, 경제성장 등의 성과가 모두 무너지고 있는 상황이다.

잇따른 막말에 브라질에선 보우소나루 대통령을 향해 '트럼프 따라하기'라는 비난이 이어진다.

일부 주지사들은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코로나19 대응보다는 2022년 대선만 생각한다"고 꼬집었다.
코로나 대응에 대한 불만으로 현재 브라질 주요 대도시에서는 지난달 17일부터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는 냄비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야권 지도자들은 공동성명을 통해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코로나에 지나치게 안이하고 무책임하게 대응한다며 자진 사임을 촉구했다.
하지만 트럼프 리더십을 원하는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남미의 트럼프'라는 별명에 만족할지도 모른다.

imne@fnnews.com 홍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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