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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에서]온라인 교육과 고교학점제

이유범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4.13 17:33

수정 2020.04.13 17:33

[여의도에서]온라인 교육과 고교학점제
"역사상 처음 도전하는 온라인 개학은 미래교육을 앞당기는 교육혁신의 확실한 계기가 될 것이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 9일 경기 수원의 한 고등학교 온라인 개학식에서 이같이 말했다. 사상 초유의 온라인 개학을 맞은 어려운 시점에서 유 부총리는 왜 미래교육이라는 단어를 사용했을까. 이는 코로나19로 인해 불가피하게 실시하게 된 온라인 수업이 교육부가 추진 중인 '고교학점제'와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고교학점제는 학생들이 진로에 따라 다양한 과목을 선택·이수하고, 누적학점이 기준에 도달할 경우 졸업을 인정받는 제도를 말한다. 올해 마이스터고에 우선 도입된 뒤 2022년에는 특성화고·일반고 등에 학점제 제도를 부분 도입하고, 2025년에는 전체 고교에 전면 시행될 예정이다. 이 고교학점제의 시행에서 난제를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 온라인 수업이다.
현재 고등학교의 수업은 짜인 시간표에 따라 거의 모든 학생이 비슷한 과목을 동일한 시간 동안 공부하는 구조다. 고교학점제가 도입되면 이런 수업시스템에 변화가 불가피하다.

학생들에게 필요한 다양한 교과목을 개설해야 하는데 학교에 따라서는 이게 쉽지 않다. 학교의 규모와 위치에 따라 개설할 수 있는 과목수가 달라질 수밖에 없고, 이는 학교에 따라 학생들이 선택할 수 있는 교과목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진로에 따라 다양한 과목을 공부할 수 있다는 고교학점제의 취지가 무색해질 수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이 바로 온라인 수업이다. 단일 학교에서는 수강생이 적거나 인프라 부족 등을 이유로 개설이 어려운 과목을 여러 학교를 묶어 개설하고, 수업을 온라인 등으로 진행하는 것이다.

고교학점제 시범학교에서는 코로나19 이전에 온라인 수업을 하고 있다. 지난해 기자가 방문한 당진고는 고교학점제 시범학교로 당진고 외에 충남 권역 8개 학교와 온라인 수업을 함께하고 있었다.

코로나19 국내 확산이 발생하기 이전인 지난 1월에는 교육부가 고교학점제의 저변 확대를 위해 올해 연구·선도학교 수를 지난해 2배 수준으로 확대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결국 코로나19로 인한 감염증 확산 우려에 고육지책으로 '온라인 개학'이라는 카드를 꺼내든 교육부지만 사실 미래교육에서 온라인 수업으로 방향성은 이미 정해진 상태란 의미다. 코로나19가 아니었다면 고교학점제가 시행되는 2025년 이후 고등학교에서나 가능했을 시도를 지금 전학년에 걸쳐 하고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오는 16일 이뤄질 '2차 온라인 개학'이 더욱 주목받고 있다. 1차 온라인 개학에서는 첫날 EBS 온라인 클래스 중학과정에서 1시간 반가량 접속오류가 생긴 것을 제외하면 큰 혼란은 발생하지 않았다.

1차 때 약 85만명이 온라인 수업을 했던 것과 달리 16일부터는 초등학교 1~3학년을 제외한 약 400만명의 학생이 온라인 수업에 접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접속자가 5배가량 늘어나는 만큼 당연히 1차 때보다 우려가 큰 것도 사실이다.
온라인 개학에 우선 돌입한 고3과 중3 역시 실시간 수업이 아니라면 학생의 자발적 참여를 기대하는 수밖에 없었다는 점에서 초등학생 온라인 개학에 대한 비판적 시선도 존재한다.

하지만 2차 온라인 개학이 무난하게 진행될 경우 고교학점제에서 활용할 온라인 교육 노하우를 쌓는 기폭제가 될 전망이다.
2차 온라인 개학이 혼란 없이 무사히 진행되길 기대해 본다.

leeyb@fnnews.com 이유범 정책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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