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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재무학회칼럼] 코로나와 배달앱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4.14 16:53

수정 2020.04.14 16:53

[한미재무학회칼럼] 코로나와 배달앱
유례없는 팬데믹(pandemic·세계적 대유행) 상황에서 대한민국의 대처능력이 전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그동안 한국은 국민소득, 무역규모, 시가총액 등 경제지표뿐만 아니라 올림픽 금메달 개수 등 비경제적 측면에서도 대략 세계 10위권을 유지해 왔으며 2019년 세계경제포럼(WEF) 국가경쟁력 평가 결과 13위를 차지하기에 이르렀다. 그런데 WEF 평가항목 중 순위가 높지 않은 영역을 보면 주로 정부와 관련된 부분이다. 정부 규제에 따른 부담(87위), 정부정책 안정성(76위), 조세·보조금의 경쟁 왜곡 영향(61위) 등이 대표적인데 이번에 정부가 보여준 방역능력에 외국 언론의 찬사가 이어지고 있으니 오히려 역설적이다.

보건의료 분야는 경제학적으로 외부효과가 크다. 특히 감염병은 한 경제주체의 행동이 다른 경제주체에게 의도하지 않은 경제적 손해를 끼치는 부의 외부효과(externality)가 매우 크며, 팬데믹은 이의 극단적 형태다.
자유방임경제 또는 야경국가의 논거로 흔히 거론되는 아담 스미스의 국부론에서도 (외부효과가 큰) 공공재의 생산을 국가의 의무로 규정하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전국민 의료보험 등 국가의 적극적인 보건의료 정책을 기반으로 한 이번 방역은 주류 경제학적 시각으로도 매우 타당하며, 보건의료를 전적으로 시장원리에 의존하는 미국의 상황과 크게 비교된다.

이 와중에 특정 배달애플리케이션 업체의 요금체계 개편이 논란이 되고 있다. 기존 월 정액제를 주문건당 정률제로 변경하려는 시도가 소상공인을 더욱 힘들게 할 수 있다는 여론의 비판에 따라 해당 업체는 결국 개편을 철회했다.

배달앱은 전형적인 네트워크 산업으로 시장 선두업체의 독점력이 매우 강하다. 이런 시장실패를 해결하기 위한 정부 개입은 경제이론적으로도 정당화된다. 대부분 국가들은 반독점 정책을 담당하는 정부기구를 두고 있다. 우리나라는 공정거래위원회, 미국은 연방거래위원회(FTC)가 그 업무를 담당한다.

신기한 것은 우리나라에서는 소상공인들의 수수료가 사회쟁점화되면 이를 정부의 직접생산으로 해결하려는 시도가 지속적으로 제기된다는 점이다. 신용카드 수수료가 문제가 되자 한국 최대 지자체가 야심차게 도입한 'ㅇㅇ페이'는 출시된 지 1년 시점에서 결제 비중이 0.01%에 불과해 사실상 실패했다는 점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번에도 모 지자체의 공공 배달앱 개발을 필두로 또 다른 지자체도 유사한 앱 개발 의지를 표명했다.

하지만 공공부문은 인센티브 시스템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공공앱 개발은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과거 종종 추진된 공공데이터 구축사업 역시 선의의 취지에도 불구하고 단년도 예산사업으로 추진돼 구축과 동시에 업데이트가 되지 않아 무용지물이 된 경우가 허다하다.

혁신의 원동력은 고귀한 이상이 아니라 지극히 사적인 이윤추구다. 실리콘밸리의 벤처캐피털은 100% 민간자본인데, 국내 벤처캐피털은 정부 자금이 투입되지 않으면 결성조차 되지 않는다고 한다. 존 캘빈의 종교개혁의 핵심은 이윤 동기를 죄악시하던 중세적 시각에서 벗어나 이윤 추구를 철학적으로 정당화한 것이다.
이런 상업적 동기가 기술발전과 결합해 산업혁명을 가능케 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정부의 역할은 더 커질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정부의 역할은 어디까지나 플레이어(Player)가 아닌 레퍼리(Referee)임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김우진 서울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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