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노동복지

회사 회식 후 무단횡단 사망..대법 “업무상 재해”

조상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4.16 12:00

수정 2020.04.16 12:00

회사 회식 후 무단횡단 사망..대법 “업무상 재해”


[파이낸셜뉴스] 회사 주최로 열린 회식자리에서 음주를 한 뒤 귀가하는 과정에서 무단횡단을 하다 숨졌다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사망한 강씨의 부인 박모씨가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의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원고 승소 취지로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6일 밝혔다.

건설사 H사에서 현장 안전관리과장으로 근무하던 강모씨는 2016년 4월 회사가 주최하는 행사에 참여한 뒤 회식에 참석했다.

밤 10시 50분께 2차 노래방 회식까지 마친 강씨는 논현역에서 버스에 탑승하기 위해 왕복 11차선 도로에 걸쳐있는 횡단보도를 건너다 교통사고를 당해 사망했다. 강씨의 부인 박모씨는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와 장의비를 청구했다.

그러나 공단은 "2차 회식은 강제성이 없었고, 강씨가 만취상태가 아니었던데다 횡단보도 신호를 잘못 보고 무단횡단을 하다 교통사고를 당해 업무상 재해로 보기 어렵다"며 거부했다.


그러자 박씨는 “회사가 주최하고 비용을 부담한 당시 회식이 사용자의 지배나 관리를 받는 상태에 있었고, 망인은 회식에서의 과음으로 인해 귀가 중에 교통사고를 당하게 된 점 등에 비춰 사고는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며 공단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1심은 “2차 회식은 향후 공사를 진행함에 있어 단결력을 고취시키자는 취지에서 마련된 것으로 업무관련성이 있고, 회사는 회식에 참석한 근로자들의 안전한 귀가를 위한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박씨의 손을 들어줬다.

반면 2심은 "1·2차 회식이 사업주의 지배·관리 아래 있었던 것으로 보이기는 한다"면서도 “망인의 무단횡단은 20만원 이하의 벌금이나 구류 또는 과료 부과대상에 해당할 수 있고, 이는 ‘근로자의 고의·자해행위나 범죄행위 등이 원인이 돼 발생한 부상·질병·장해 또는 사망은 업무상 재해로 보지 않는다’고 규정한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취지에 비춰 망인의 무단횡단 과음과 사고 사이의 인과관계가 단절됐다고 볼 여지가 있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그러나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우선 “사업주의 지배나 관리를 받는 상태에 있는 회식 과정에서 근로자가 주량을 초과해 음주를 한 것이 주된 원인이 돼 부상·질병·신체장해 또는 사망 등의 재해를 입은 경우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는 한 업무상 재해로 볼 수 있다”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안전관리 업무를 총괄한 행사를 마치고 같은날 사업주가 마련한 회식에서 술을 마시고 퇴근하던 중 사고가 발생했으므로 이 사건 사고는 사업주의 지배·관리를 받는 상태에서 발생한 업무상 재해로 볼 여지가 있다”며 2심 재판을 다시 하라고 결정했다.

mountjo@fnnews.com 조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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