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일반

[기자의눈] '최선 아닌 차악' 與 오만하면 다시 심판대에

뉴스1

입력 2020.04.16 12:47

수정 2020.04.16 12:47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상임공동선대위원장이 15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 마련된 당 선거상황실에서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종합상황판에 당선 스티커를 붙이고 있다.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공동상임선대위원장, 이인영 원내대표, 더불어시민당 우희종, 이종걸 공동상임선대위원장.2020.4.15/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상임공동선대위원장이 15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 마련된 당 선거상황실에서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종합상황판에 당선 스티커를 붙이고 있다.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공동상임선대위원장, 이인영 원내대표, 더불어시민당 우희종, 이종걸 공동상임선대위원장.2020.4.15/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서울=뉴스1) 김민성 기자 = 21대 총선은 더불어민주당의 기록적인 압승으로 끝이 났다. 민주당의 지역구 의석과 위성정당의 비례대표 의석을 합친 약 180석, 사실상 같은 식구인 열린민주당의 의석을 합치면 국회 선진화법을 뛰어넘어 '야당 패싱'이 가능해졌다.

'개헌 빼고 모든 게 가능하다'는 말도 전혀 틀린 말이 아니다. 2년 뒤 대선과 관계없이 앞으로 4년간 입법부는 민주당의 주도로 흘러가게 됐다.


민주당은 여소야대 국면을 만들었던 2016년에 치러진 총선부터 제19대 대선, 2018년 지방선거 등 헌정 사상 유래없는 '전국 선거 4연승'으로 국정을 견제할 세력도 마땅히 없다.

행정부(대선), 지방권력(지방선거)에 이어 입법부(총선)까지 완벽히 장악하면서 문재인 정부는 1987년 민주화 이후 어떤 정권도 갖지 못했던 막강한 권력을 손에 쥔 것이다. 사법부의 경우 대법관 13명 가운데 9명이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됐다.

선거는 최선보다 차악을 택하는 것이라는 말이 있다. 유권자들은 수권정당으로서 비전을 내놓지 못하고, 무늬만 통합, 막말을 포기하지 않은 채 국민의 심판대에 섰던 '최악'의 야당을 피해 '차악'인 민주당을 택했다는 점을 정치권은 되새겨야 한다.

국민들은 여권에 다음 대선까지 2년의 시간을 허락했다. 코로나19 대응을 잘한 점이 선거 승리의 큰 요인이었지만 나머지 정치 현안들이 선거 과정에서 제대로 논의되지 못한 점은 꼭 기억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가 당면한 경제 문제, 남북관계와 외교, 선거제 개혁의 후퇴 등은 논의되지 않았을 뿐이다. 국민들이 이 모든 이슈들에 대해 여권에 전면적인 지지를 보낸 것이라고 착각해서는 안된다.

그만큼 급한 코로나19 위기 극복에 집중하라는 국민들의 명령도 새겨 들어야할 부분이다.

국민들은 어느 정당이 승리에 취해 선거 운동 당시 초심을 잃는다면 언제든지 매섭게 표로 심판했다.

4·15 총선을 불과 닷새 앞두고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입에서 나온 '범진보진영 180석' 발언을 두고 화들짝 놀랐던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의 표정을 기억한다.

그 분석의 진위를 떠나 4년 전 새누리당(미래통합당 전신)을 떠올리며 반면교사 삼아 한껏 몸을 낮추기에 여념이 없었다.

유 이사장의 족집게 예측은 거의 완벽히 적중했다. 그러나 선거를 치른지 만 하루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민주당 지도부에선 "꿈의 숫자", "100년에 한번 있을까 말까한 수준의 결과"라며 한껏 자신감에 부푼 발언이 터져나온다.

유 이사장은 전날 KBS 개표방송에서 자신의 '180석 발언'에 대해 "그 말을 안 했으면 (범여권이) 200석을 확보했을 텐데, 안 했더라면 좋았을 뻔했다"라며 너스레까지 떨었다.

총선 전략을 짠 이근형 민주당 전략기획위원장도 "180석 발언 때문에 좀 손해를 봤다. 인천, 충남 보령서천도 그 발언이 아니었다면 이길 수 있었을 텐데"라며 감췄던 자신감도 드러냈다.

이런 들뜬 분위기는 오늘 하루로 끝내고 엄중한 마음으로 국정에 임해야 한다. 코로나19는 여전히 끝나지 않았고 세계적인 경기 침체라는 위기를 빠져나가기 위해선 야당은 물론 전 국민의 동참과 협조가 절실하다.


특히 선거의 민심을 겸허히 받아들여 절대 오만해선 안 된다. 여당이 행정, 입법부를 모두 장악한 상황에서 포용적 리더십이 아닌 독선으로 일관하면 언제든지 다시 심판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새겨야 한다.
여당에게 가장 무서운 견제 세력은 야당이 아니라 국민이라는 사실은 역대 선거가 증명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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