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현장르포] "일용직에겐 재앙" 직격탄 맞은 '인력시장'

최재성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4.16 13:43

수정 2020.04.16 13:44

서울 구로구 남구로역 인근 인력시장 모습. 이른 시간이지만 일거리를 찾기 위해 나온 일용직 근로자들이 줄을 서 있다. / 사진=최재성 기자
서울 구로구 남구로역 인근 인력시장 모습. 이른 시간이지만 일거리를 찾기 위해 나온 일용직 근로자들이 줄을 서 있다. / 사진=최재성 기자

[파이낸셜뉴스] "일감도, 인력도, 매출도 수익도 모두 줄었습니다. 죽을 맛이에요"
코로나19 사태가 국내에서는 진정 국면으로 돌아섰지만, 불황을 맞은 건설업계가 진정되기까진 시간이 걸릴 모양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업계 전체에 불황이 이어지다보니 일용직 건설근로자들 역시 직격탄을 맞았다. 일감 자체가 줄면서 일자리를 구하긴 더욱 어려워졌고, 인력사무소들 역시 매출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코로나19 우려로 중국인 일용직 근로자들에 대한 수요는 일찌감치 없어지다시피 했고, 한국인 근로자들 역시 수요 감소로 인해 아쉬운 목소리를 냈다.

■경기침체에 '일감 찾아 삼만리'
아직 해가 채 뜨기 전인 16일 오전 4시. 서울 구로구 남구로역 일대는 하루 일감을 찾기 위해 모여든 일용직 근로자들로 북적이기 시작했다. 삼삼오오 모여 담배를 피는가 하면, 길게 늘어선 줄의 끝을 찾아 대기하기 시작하는 이들도 있었다. 주변 대부분 상가의 불이 꺼져 있었지만 곳곳에 자리한 인력사무소들은 환하게 불이 밝혀져 있었다.

수도권 일대 건설현장에 근로자들을 공급하는 남구로역 인력시장의 가장 큰 특징은 중국인 근로자들의 비중이 여타 인력시장에 비해 높다는 점이다. 이날 역시 주변 곳곳에서 들리는 중국어로 인해 중국의 인력시장에 방문한 듯한 느낌을 줬다. 일용직 근로자들을 상대로 코로나19 개인방역 수칙을 전파하는 이들 역시 중국어로 된 안내문을 건네며 확산 방지에 힘썼다.

새벽 시간 일거리를 찾아 나온 일용직 근로자들을 상대로 코로나19 예방수칙을 전하는 구로구 관계자들. 중국인 근로자들이 많이 찾는 곳인 만큼 한자로 된 현수막과 안내책자 등을 이용해 방역 수칙을 알리고 있다. / 사진=최재성 기자
새벽 시간 일거리를 찾아 나온 일용직 근로자들을 상대로 코로나19 예방수칙을 전하는 구로구 관계자들. 중국인 근로자들이 많이 찾는 곳인 만큼 한자로 된 현수막과 안내책자 등을 이용해 방역 수칙을 알리고 있다. / 사진=최재성 기자
이 처럼 인력시장을 찾는 중국인 일용직 근로자의 발길이 이어지지만, 이들에 대한 수요는 없다시피 했다. 코로나19 초기 발생 지역이 중국이라는 인식이 팽배해지면서 중국인 근로자를 꺼리는 현장이 늘었기 때문이다. 코로나19가 진정 국면으로 돌아섰지만, 이같은 상황은 바뀌지 않았다.

남구로역 인근 C인력사무소의 팀장 김모씨는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줄고 있다곤 하지만 건설 현장에서의 방역·제한 조치는 여전히 최고등급"이라며 "이 때문에 중국인 근로자를 찾는 곳은 사실상 없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인 일용직 근로자를 찾는 곳이 줄면서 인력사무실에 찾아와도 일자리를 구할 수 없다는 걸 알게 되면서 많은 불법 체류 중국인들이 자신들의 나라로 돌아가는 추세"라고 덧붙였다.

오전 6시가 지나면서 인력시장이 문을 닫았지만, 일거리를 찾지 못한 일용직 근로자들이 쉽게 남구로역 일대를 떠나지 못하고 있다. 이 지역 인력사무소 관계자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일감이 30% 가까이 감소했다고 전했다. / 사진=최재성 기자
오전 6시가 지나면서 인력시장이 문을 닫았지만, 일거리를 찾지 못한 일용직 근로자들이 쉽게 남구로역 일대를 떠나지 못하고 있다. 이 지역 인력사무소 관계자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일감이 30% 가까이 감소했다고 전했다. / 사진=최재성 기자
■내·외국인도, 인력사무소도 모두 울상
일대를 주름잡았던 중국인 근로자에 대한 수요가 줄면서 상대적으로 한국인 근로자들의 숨통은 트였을 것이라 예상했지만, 이는 예상과는 달랐다. 코로나19 장기화 직격탄을 맞은 것은 한국인 근로자와 인력사무소들도 마찬가지였다.

남구로역 S인력사무소의 팀장 이모씨는 "인력사무소는 일용직 근로자들과 현장을 연결시켜줌으로써 수익이 나는데 코로나19 여파로 일감은 20% 이상, 매출은 30% 이상 줄었다"며 "마스크와 손소독제 준비, 방역수칙 안내 등을 위해 투입되는 금전적·비금전적 비용을 고려하면 상황이 정말 좋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날 남구로역 인력시장을 방문했다 오전 6시가 넘도록 일자리를 찾지 못해 발걸음을 돌린 박모씨도 아쉬움의 목소리를 냈다.
박씨는 "나라 전체가 힘들고 모든 사람들이 힘들지만, 하루를 벌어 하루를 사는 우리에게 코로나19는 재앙이나 마찬가지"라고 토로했다.

jasonchoi@fnnews.com 최재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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